천운영 바늘 논평

소개글

천운영의 단편집 [바늘]에 대해서 논평한 레폿. 단순한 초등학생 수준의 독후감이 아니라 제대로된 논평(자료 없어서 국회도서관까지 찾아가서 만들어낸 레폿-_-;;) 기존 평론가들의 글처럼 하나로 뭉뚱그려 그려낸 것이 아니라 각 단편을 중심으로 키워드를 잡아 엮어감. A+나왔음..
천운영의 바늘을 통해 천운영의 작품경향과 사상 전체를 다루었음..

목차

「당신의 바다」
1. 소통의 부재
2. 가정의 이중성
3. 결핍과 폭력성

「포옹」
1. 결핍
2. 위로
3. 극복의지

행복고물상
1. 유약한 남성상
2. 불구로부터 야기된 여성의 야수성
3. 원초적 본능과 폭력적인 삶과의 싸움

유령의 집
1. 유령의 집과 삶과의 유사성
2. 유령가족

「등뼈」
1. 일탈된 여성성에의 거부
2. 집착과 욕망
3. 등의 의미
4. 내면화

<천운영 소설의 구조적 유사성>
1. 결핍
2. 추하거나 기형적인 육체
3. 공격성 · 야수성

본문내용

1. 소통의 부재

내가 그곳에 갔었다는 것을 당신은 알까? 등을 돌리고 누운 당신의 뒷모습에서 죽은 곰장어의 모습이 보인다.---(중략)---당신은 여전히 꼼짝도 않고 누워있다. 침묵하는 당신의 등에서 거대한 이빨을 가진 고기떼가 무섭게 튀어나와 내게로 달겨들 것만 같다.
“나 물 좀 줘.”
침묵을 찢고 나온 당신의 목소리는 물속 곰장어의 움직임을 닮았다.(p115-116) 이후 작품에서 인용한 구절들은 천운영의 소설집『바늘』(창작과 비평사, 2001)에 의거하여 페이지만 표시한다.


「당신의 바다」에서 ‘등’은 아내와 남편 사이의 깊은 단절과 대화의 부재를 나타낸다. “당신한테는 산소기 소리가 난다구!”(p117)라는 외침이나 “모든 소음을 당신이 흡수하고 있는 걸까.”(p118)와 같은 아내의 읊조림은 그들 사이의 ‘소통의 부재’를 나타낸다. ‘등’이라는 요소가 상대방에게 소통의 거부라는 의미를 지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는 아내와 남편의 사이를 쉬이 짐작할 수 있다. 근데 왜 아내는 그런 남편의 ‘등’에서 곰장어를 본 것일까.
곰장어가 든 수족관 옆에서 밤을 새는 일이나, 곰장어를 죽이기 전에 꼭 한숨을 쉬는 모습, 투정부리는 어린아이를 달래 듯 세심하고 인자하게 곰장어를 다루는 장면을 보면 남편이 곰장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이 평범한 식재료에 대한 것,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곰장어는 남해 바다의 흔적을 간직했다는 점에서 노름에 미쳐 가족을 버렸던 그의 ‘아버지’와 연관된다. 그러나 바다로부터 수족관으로 옮겨져 보금자리를 상실했다는 점에서는 ‘남편’과도 유사성이 있다. 곰장어와 남편의 이런 일체감은 “나 물 좀 줘.”라는 말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 깊은 단절감을 안고 있는 아내에게 남편과 깊은 유대감을 지니고 있는 곰장어는 남편의 ‘등’이자 ‘거대한 이빨을 가진 무서운 고기떼’라고 할 수 있다.

2. 가정의 이중성

수족관의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간 곰장어들은 산소공급기 쪽으로 휘돌다가 다른 곰장어들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곰장어들은 새로운 환경을 만나면 제 피부에 막을 만들어낸다. 그 막이 유일한 공격수단이지만 오히려 숨통을 막아 죽을 수도 있다. 당신은 수족관 속에 손을 넣어 말간 막을 건져낸다. 벌써 여러 번 건져내었는데도 막이 계속 생겨났다. 당신의 눈동자는 수족관에 붙박여 있다. ---(중략)--- 굳은 당신의 어깨. 수족관처럼 차갑다. 당신에게서 훈훈한 체온을 느껴본 적이 있던가? 당신에게서는 언제나 찝질하고 서늘한 바닷바람이 불었다.(p123)

참고 자료

국회도서관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