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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시내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친구와 함께 외출을 했다. 지하철에서 내리는데 한 아저씨가 계단에 손을 내밀고 엎드려 있었다. 불쌍한 마음에 지갑에서 오백원을 꺼내 드렸다. 옆에 있는 친구가 조금 있다가 하는 말이 자신은 굉장히 나이 많은 분이 아니라면 즉 노동능력이 없는 분이 아니라면 돈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인 즉 자꾸 돈을 주게 되면 구걸이 습관화되어 자립할 의지가 점점 약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 구걸하는 사람은 마음가짐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일하는 것보다는 이런 생활이 더 편하기 때문에 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동전 몇 개를 위해서 다른 이에게 무릎을 꿇고 엎드려 손을 내밀지 않는다. 더욱이 구걸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인데 오죽하면 우리 같은 젊은이에게 엎드려서 도움을 청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폐지를 줍는 분들을 생각하면 생각이 달라질 때도 있다. 그 분들이 하루 종일 무거운 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종이를 수집해 봤자 일당은 몇 천원 밖에 되지 않는다. 직업에 귀천이 없지만 수익성으로 따지면 최하위인 직업이다. 어쩌면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구걸하는 것이 그 분들이 하루 종일 일해서 버는 것 보다 더 많이 벌수도 있다.
구걸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은 비록 적은 돈을 번다할지라도 열심히 일하는 분들의 힘을 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구걸하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한다. 많은 돈도 아니고 커피 한 잔 값인데 이리저리 생각하며 그 사람의 도움을 외면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사연이야 어찌됐든 거리에 나와 있는 사람은 폐휴지 줍는 일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고 몸이 덜 고된 대신에 자존심을 팔아야 하는 사람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웬만큼 절박하지 않고서는 자존심을 팔지는 않는다. 내가 이런 저런 이유로 거리에 나와 있는 사람을 외면할 경우 그 사람은 자립할 의지가 더 생길 수 있겠지만 당장 필요한 한 끼를 해결하지 못해서 쓰러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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