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운영의 눈보라콘

소개글

천운영의 작품집[바늘] 중 눈보라콘에 대해 쓴 감상문이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천운영의 첫 번째 소설집인 『바늘』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작품 하나하나가 갖는 내용과 그 속에 감춰진 의미들을 파헤치기 위해 몇 번이고 생각해야했다. 그 중 네 번째 작품인 「눈보라콘」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부담감을 덜 주는 제목이다. 그러나 속은 역시 여러 겹의 옷을 덧입은 인형처럼 자신의 본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일 년에 눈 몇 번 보기 힘든 바닷가가 배경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살던 곳과 같지는 않지만 한때 바닷가와 더불어 컸기 때문에 주인공이 느끼는 것에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 작품에 깔려있는 뚜렷하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이다.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와 눈이나 눈보라콘, 부라보콘, 어머니의 차가운 손처럼 주인공이 사랑하고 추구하는 것들이 왜 따뜻함만 갖지 않고 차가움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었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이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혼자 녹을 떼는 일을 하며 소년을 키운다. 소년은 수업이 끝나고 어머니가 돌아오실 때까지 골목에서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다. 아버지가 없어서일까. 그는 어머니를 모든 것으로 생각한다. 세상의 여파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지붕 중 하나가 없어서 그 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가 세상에서 존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어머니가 그를 돌봐주기 때문이다.
그는 어머니가 가진 부드럽고 따뜻하고 여린 점을 동경한다. 자신에게서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하고, 자신이 갖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그가 좋아하는 것은 어머니의 차갑고 따뜻한 손처럼 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것들인 눈이나 사박거리는 녹꽃, 눈보라콘, 부라보콘을 좋아하고 동경한다. 이들에게는 공통된 것이 있다. 차가움을 동반하고 있다는 것, 차가움이 사라지면 따뜻함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녹꽃은 배에서 떼어난 순간 그가 가진 사박거림을 잃는다. 눈과 눈보라콘, 부라보콘은 먹거나 따뜻한 것에 닿으면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어머니의 손도 따뜻하게 덥혀주면 그 차가움이 사라진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