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베니스에서의 죽음

소개글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대한 감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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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고전주의 예술이론에 따르면, 예술이라는 영역의 발달은 인간의 존엄성 추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그 기본적인 전제는 인간이 본래적으로 총체성을 추구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현실 속에서 산업의 발달이 하나의 측면, 즉 기계적이고 실용적인 기준을 중시하는 풍토를 만들었다면, 본질적으로 조화를 사랑하는 인간은 또 다른 영역인 예술 속에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예술이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게 된 연유요, 이후로 삶과 죽음, 이성과 감성, 그리고 시민과 예술가의 대립으로 이어지는 갈등의 양상에는 변함이 없는 듯 하다.

토마스 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이러한 구도에 충실하다. 그도 그럴 것이 토마스 만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예술가의 삶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늘상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민사회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일상이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가. 영화는 서두르지 않는다. 그저 화면의 흐름에 모든 것을 맡길 뿐. 그러나 나는 이러한 종류의 “느림”에서 안식을 얻지 못한다. 관객에게 일부를 떠맡기는 불친절함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집중하세요!!” 몇 마디 대사를 놓친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예술가이지만 자신의 열정에 대해 냉소적인 아센바하, 그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왜 떠나려고 하는지, 그리고 타지오에게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그러나 인내하며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속에는 아름다운 소년이 있고, 그 소년을 흠모하는 작곡가의 열정에는 어느덧 자신이 존재함을 알게 되니, 그 이상의 가치가 어디 있겠는가.

이성적인 시민과 열정적인 예술가, 전형적인 공식 선상에서 본다면 주인공 아센바하는 기묘한 인물이다. 예술가이면서도 동시에 이성적이요, 예술적 아름다움에 반감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위에서 논의했듯이 총체성, 즉 조화로움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한다면 그의 태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보건대 그것은 교육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어떠한 제도 속에서 그에 순응함을 뜻하는 모범적이라는 말이 긍정적 의미로 작용하는 한,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열정이나 충동은 억압받게 마련이니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일탈을 꿈꾸면서도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이유, 현실 속에서 일탈은 낙오를 의미하고 그 결과에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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