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이 레포트는 은희경의 대표작인 <새의 선물>을 성장소설의 관점에서 서술한 것으로 90년대 여성 작가의 등장과 변화한 시대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교수님께 좋은 점수를 받은 레포트입니다.
목차
Ⅰ. 반(反)성장으로서의 성장소설
1. 이중적 자아로 분열된 주체
2. 세계와 분리된 주체의 성장과정
3. 성장 거부와 반(反)성장
(세부 목차 생략)
본문내용
은희경의 첫 장편소설인 『새의 선물』(1995)은 1995년 서른여덟에 “소도시 전문대학 강사”로 일하는 ‘나’가 26년 전인 1969년으로 돌아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소설 형식의 성장소설이다. 이 소설은 현재 성인이 된 ‘나’가 열두 살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자신의 성장담을 이야기하는 성장소설의 전형적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인 진희는 지금까지 우리의 현대 소설사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낯선 모습으로 등장한다. 대부분의 소설에서 유년기 화자가 맡는 몫은 사건에 대한 불충분하고 일면적인 인식의 용인이라는 기능이다. 화자의 불충분한 사건 설명을 통해 독자들은 화자가 놓치고 있는 이면의 진실을 알아차리거나 화자의 인식과 별반 다를 바 없었던 자신의 인식의 불철저함을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열두 살짜리 화자 진희는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따라서 삶의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당돌한 소녀다. 때문에 진희의 성장담은 일련의 성장소설들과는 이질적인 특징을 갖게 된다.
우선 성장소설의 주인공은 대체로 행복했던 유년의 시절 → 상처, 행복의 균열 → 극복을 통한 자아 완성 혹은 현실로 편입의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게 되는데, 진희는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자신의 성장이 이미 완성되었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를 “나처럼 일찍 세상을 깨친 아이”라고 믿으며, “내가 왜 일찍부터 삶의 이면을 보기 시작했는가”라고 말한다. 진희는 삶의 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열두 살에 성장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려는 태도로 인하여 진희는 삶에 대해 항상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진희는 “삶이 내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거리를 유지하는 긴장으로써만” 자신의 삶이 지탱되어 왔다고 회고한다.
또한 열두 살에 삶의 이면을 보기 시작한 진희의 모습은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서른여덟이 된 진희의 모습과 연결된다. 서른여덟이 된 진희는 “유럽풍의 화려한 실내장식과 함께 이국적 정취를 자아내”는 카페에서 연인과 마주앉아 스테이크를 먹으며 창밖의 쥐를 바라보고 있다. 정확히는 쥐를 보며 “거리를 재어보고 있”는데, 열두 살의 삶의 모습이 서른여덟의 성인이 된 진희에게서 동일하게 발견된다는 점은『새의 선물』이 이전의 성장소설들과 구별되는 또 다른 특징이 된다. 대부분 성장소설에서 성인이 된 화자가 유년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고, 유년의 상처를 보듬고 성장의 의미를 찾는 것과 달리 『새의 선물』의 진희는 유년의 화자와 성인이 된 화자의 거리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진희의 진술처럼 유년에 모든 성장을 마쳤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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