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명나라 여성의 삶을 통해서 본 중국 명나라 시대 (전족외)

소개글

명나라 여성의 삶을 통해서 본 명나라 시대 여성의 생활을 에세이로 쓴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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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지금 내 앞에서 눈물을 훌쩍이는 딸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오늘을 못 넘길 것이라는 의원의 말에 딸아이가 헐레벌떡 뛰어왔나 보다. 내가 세 살 때부터 손수 만들어준 전족을 차고 뒤뚱거리며 달려온 딸은 이제 고작 12살 밖에 안 되었다. 이 아이를 두고 떠나자니 마음이 너무 답답해 쉽게 눈을 감을 수 없을 것만 같다. 나는 외로운 사람이다. 내 죽음이 눈앞에 보이는 이 찰나에 내 곁에서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줄 사람은 오로지 어린 딸뿐이다.
나는 매우 엄격하고 까다로운 집안의 둘째 여자아이로 태어났다. 우리 집 역시 다른 집안과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중심으로 하는 확고한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여성으로서의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 했다. 운이 좋게도 나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비록 어머니는 첩이셨지만, 의식주를 해결 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사회법도상, 상류층 여자들은 바깥구경하는 것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고 내 몸을 다른 남정네들에게 보이는 것이 좋지 못한 행위였기 때문에 집 밖의 상황을 자세히는 몰랐지만 어린나이에 호기심에 못 이겨 나가본 세상은 참혹 그 자체였다. 가난한 농민들은 지주들에게 토지를 모두 뺐기고 유랑민이 되기 일 수였고 천민 여성들은 부끄러움도 없는지 젖가슴이 그대로 들어난 옷을 입고 이곳저곳 누비며 남정네의 환심을 사 끼니라도 이어보려는 수작을 부렸다. 에이, 이런 몹쓸 바깥 세계에 더 이상 나오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은 그 순간 나는 내 인생 평생 잊을 수 없는 ‘그’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장인의 아들인데, 그의 아버지는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칼 가는 사람이었다. 작업장 시설도 변변찮고 자본이 빈약하여 푼돈이라도 벌기위해 온가족이 이 일에 매달려야만 했었다. 또한 시회 적 신분도 그리 높지 않아 훗날 내가 그와 어울리는 것을 본 우리 집 하인이 아버지께 고자질을 하여 큰 봉변을 당할 뻔 했던 기억이 아직도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는 영리하고 재능이 넘친 남자였다. 가정 형평상 서당에 다닐 수 없었던 그는 놀랍게도 글을 읽을 줄 알며 기품 또한 사신들의 자제와 겨뤄도 손색이 없었다. 어린 나이에 서로 반한 우리는 꽤 오랜 시간을 만나며 커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혼기가 다 차버리고 집안에서는 혼인할 남자를 찾느라 무척 분주했다. 아버지께서는 혼인은 가정의 초석이기 때문에 혼처를 아무렇게나 선택하는 것은 죄악이라며 몇 번이고 강조하셨다. 아마도 그와 나의 사이를 하인을 통해 들으신 후 심기가 많이 불편해 보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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