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中 벽-짤막한 크리스마스 이야기 서평,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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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감상 형식의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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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벽」이란 제목의 이 소설 줄거리는 참으로 단순하다. ‘나’라는 사람에게 ‘닥터 레이’라는 ‘나’의 친구가 성 실베스트르 축제일에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 해 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이야기속의 주인공인 남자는 허름한 자취방에 세든 고학생이다. 그 옆방에 미모의 젊은 여성이 혼자 산다. 여자에게 은근히 연정을 품고 있지만, 남자는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한다. 섣달 그믐날 밤, 세상이 새 아침을 기다리며 모두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을 그때, 남자는 외로움에 떨며 차가운 방 안에서 자기 존재의 누추함과 서러움을 짓씹고 있다.
그런데 옆방에서 가느다란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자기 앞에서 말 한 번, 눈길 한 번 제대로 준 적 없는, 정숙해 보이기만 했던 그 옆방 여자가 웬 사내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쾌락에 헐떡이는 소리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터질 것 같은 욕망을 짓누르며 겨우 조금씩 뿜어내던 그 욕정의 소리가 점차로 커지고, 그 소리가 벽을 타고 들려올 때마다 남자는 그 여성의 이중성에, 정숙함 뒤의 음탕함에 저주의 말을 내뱉으며 종이 위에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자신의 심정을, 슬픔과 낙담으로 뒤죽박죽된 어떤 절망의 외침을 써 버리고 결국 그는 목을 매고 죽는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벽 너머의 여자는 어땠을까? 그 뒤 옆방 문을 연 닥터 레이가 발견한 것은 싸늘히 식은 여자의 주검이다. 여자는 비소를 입 속에 털어 넣고 밤새 괴로워하다 절명한 상태였다. 남자의 귀에 들린 억누를 길 없는 환희의 탄성이 실은 끝없는 죽음의 절규였던 것이다. 여자도 남자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남자보다 더 처절하게 외로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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