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플라나리아의 복제와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

소개글

전상국의 <플라나리아>를 읽고 쓴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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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우리는 누군가와 깊은 만남을 가지고 헤어짐을 겪게 되면 마치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듯 한 이별의 슬픔을 느끼게 된다. 우리 자신에게도 헤어진 그 사람의 말투와 좋아하는 노래, 풍기던 냄새 등이 오래오래 기억되듯이 우리가 떠나보낸 이들의 가슴에도 우리의 말과 행동, 옷 입는 취향 하나하나가 아로새겨진다. 이것을 나와 타자의 만남과 헤어짐이라 단순히 정의하기보다는, 나에게서 또 다른 내가 복제되는 것이라 말할 수는 없을까? 성관계를 맺지 않고도 번식하는, 즉 무성생식 하는 플라나리아처럼 말이다. 사실 깊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플라나리아의 무성생식과 인간의 만남과 헤어짐은 너무나도 닮아 있다. 플라나리아를 인간이 무성생식 시킬 때, 칼로 반 토막을 내게 되는데, 플라나리아에게 그것이 고통으로 느껴질는지는 의문이지만 인간이 헤어짐에서 살점 찢기는 고통을 느끼는 것에 비유하기 쉬울 것이다.
또 플라나리아 하나에서 복제된 플라나리아가 복제되기 전의 플라나리아에게서 학습효과를 일으키는 것처럼, 인간 또한 헤어졌던 사람에게서 자기도 모르게 많은 것을 흉내 내고 있다. 사실, 살이 찢어지는 아픔을 주는 이별이란 어떤 의미에서 무한히 계속되는 자기증식인지도 모르고, 홀로 남은 사람 또한 마치 플라나리아처럼 스스로의 빈 곳을 채우며 혼자 살아나가야만 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 전체에는 ‘선녀와 나무꾼’ 모티프가 흐르고 있다. 아이 셋을 둘 때까지 날개옷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사슴의 말을 흘려버린 나무꾼과 가차 없이 하늘로 올라간 선녀. ‘나’의 애인 역시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묵계를 자꾸만 깨뜨리려는 ‘나’의 행동에 질려서 떠난 것 같기도 하다. 학교 실험실 플라나리아들이 종적을 감춘 것도 ‘나’가 일종의 묵계를 어겼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내용의 묵계일까?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만남과 헤어짐(혹은 증식)을 칼로 두 토막 냄으로써 강요해버린 데 대한 반사작용인 듯하다. 서로에 대해 지나치게 알려고 하는 묵계를 깨는 등 남들이 자기에게 보이는 관심이 지나치다 싶으면 그녀는 무척이나 날카로워졌다. 또 그럴 때마다 ‘나’의 주변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곤 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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