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문학과 타자성의 문제: 어슐러 르 귄과 토니 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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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성의 문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문학 뿐 아니라 인문․사회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주제 중 하나였고, 어떻게 보면 포스트모더니즘의 본질 자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타자성에 대한 탐구는 주로 서구의 동일성(identity) 및 전체성(totality) 이념에 대한 철학적 재고, 여성과 자연에 대한 전통적인 태도를 비판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페미니즘 운동, 그리고 프란츠 파농(Franz Fanon)의『지상의 저주받은 자들』(1961)과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오리엔탈리즘』(1978), 호미 바바(Homi K. Bhabha)의『국가와 서술』(1990)로 대표되는 탈식민주의 비평 이론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런 일련의 연구는 정신분석학, 예술사, 인류학, 자연 과학 등 다른 학문들과 접목되면서 그야말로 풍부하고 다채로운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는데, 다른 혁신적인 경향들과 마찬가지로 타자성에 대한 연구에서도 이전의 사상들에 대한 재평가와 새로운 방향을 찾기 위한 모색이 동시에 이루어져 왔다.
주지하다시피 서구 철학은 피타고라스에서 플라톤, 그리고 그리스 철학의 바탕 위에 재정립된 기독교와 데카르트, 헤겔 등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줄기차게 이분법적 사고 위에서 발전되어 왔다. 이런 사고 체계에서 주체 대 타자, 영원 대 시간, 신과 인간, 남성 대 여성, 인간과 자연 등은 항상 전자가 후자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월한 하나의 위계 질서를 형성했고, 후자는 전자에 종속되거나 종국에는 그 안에 통합되어 버리는 부차적인 존재에 불과했다. 이런 이분법적이고 위계적인 존재론의 정점이 바로 헤겔의 철학이고, 그의 사상 체계에서 타자란 주체 또는 정신이 역사를 통해 자신을 전개해 가는 과정에서 변증법을 통해 통합하고 동일화해 나가는 대상,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주체의 의식이 스스로를 실현해 나가는 데 필요한 재료 또는 대상에 불과한 존재이다. 조르쥐 바따이유(Georges Bataille)가 파시즘의 철학자는 니체가 아니라 바로 헤겔이라고 주장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Pefanis 16). 비서구 문화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존재론적, 인식론적으로” (Said 2) 열등하고 후진적인 존재로 이해하는 서구의 식민주의나 다른 인종에 대한 태도의 저변에는 바로 이런 타자관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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