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수필 모음집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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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나의 피아노
인터넷 중고 매매를 하며
어린이날 봉사활동
길을 가면서 발견한 신기한 현상
낡은 펜촉

본문내용

우리 집에는 오래 된 피아노 한 대가 있다. 전체적으로 짙은 고동색을 띠고 있으며 선이 매끄럽게 잘 빠졌다. 가끔 보이는 흠집은 잦은 이사의 흔적이다. 내 피아노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를 꾸준히 기다려 준 한결 같은 친구라 말할 수 있다.

처음 피아노가 우리 집에 온 날이 생각난다. 내가 열두살의 생일을 맞은 날이었다. 그 시절엔 집마다 피아노를 장만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내 방에 늠름하게 자리잡은 피아노를 보고 뛸 듯이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중학생, 고등 학생 때는 피아노 연주를 소홀히 했었다. 반복되는 기초 연습과 자신의 재능 없음에 피아노 연주가 지겨웠다. 어머니의 타박에도 공부 핑계로 피아노를 점점 멀리했다. 당연히 피아노에는 날이 갈수록 먼지만 쌓여 갔다.

재수를 결심한 날은 마음이 매우 답답했다. 그 때 먼지투성이인 피아노가 눈에 띄었다. 가만히 건반 뚜껑을 열고 한 음씩 눌러 보다 한 곡을 연주해 보았다. 놀랍게도 심란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피아노 연주에 이런 힘이 있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그 이후 수능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조율 한번 하지 않았지만 피아노는 여전히 맑은 음색을 냈다. 내가 연주하면 온 가족이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음악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즐겁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 나는 피아노 연주가 매우 즐겁다. 어떨 때는 몇 시간 동안 몰두해서 칠 때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미흡하지만 그저 치는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 내가 다시 찾을 때까지 변함없이 기다려 준 나의 오랜 친구. 그 친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건반을 두드린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