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작가와 그의 작품은 분명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 하지만 문학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문학 그 자체이다. 루쉰이 20세기 초반 중국의 근대를 열어갔던 선각자임은 분명하지만, 문학 작품의 연구를 통해 루쉰의 사상과 업적을 밝히고, 기리고자 하는 것은 문학 연구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루쉰의 근대적 사상이 그의 문학 작품을 통해 어떻게 형상화되었으며, 또 그 미학적, 예술적 완성도는 어떠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문학 연구에 있어서는 더 올바른 일이리라. 따라서 이 글에서는 루쉰의 소설집 『눌함(吶喊)』에 담긴 소설들 중 루쉰의 문학을 이해하는데 의미 있는 단편 소설 몇 편을 골라 살핌으로서 루쉰과 그의 문학세계에 조금이나마 접근해보기로 한다.
목차
1. 들어가며
2. 「자서(自序)」
3. 「광인일기(狂人日記)」
4. 「흰 빛(白光)」
5. 「작은 사건(一伴小事)」
6. 나가며
본문내용
「광인일기」는 루쉰의 처녀작이자 중국최초의 현대소설이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의 중국 소설은 문언체의 문인 소설과 백화체의 장회소설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문인소설은 주로 단편으로 된 문언소설이고, 장회소설은 백화로 된 장편소설이다. 장회소설이 비록 백화소설이라고는 하나 그 형식이 표제부터 고정화되어 있어 천편일률이었다. 루쉰은 이러한 소설형식의 고정개념을 타파하고 새롭고 대담한 형식을 취한 것이다. 또한 내용면에서도 ‘예교의 타파’를 주장한 이 작품은 반봉건의 대표적인 소설이 되었다.
앞에서 다룬 「광인일기」,「흰 빛」을 비롯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아Q정전」,「쿵이지」,「약(藥)」,「내일(明天)」,「머리털 이야기(頭髮的故事)」등의 작품들이 당대의 현실을 무겁고 암울하게 그려낸 회색 빛이라면 이 작품 「작은 사건」을 비롯한 「토끼와 고양이(兎和猫)」,「오리의 희극(鴨的喜劇)」, 「마을 연극(社戱)」등은 조금은 가볍고 밝은 색의 작품들이다. 이 중에서 루쉰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밝은 작품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작은 사건」은 어느 인력거꾼의 착한 마음을 묘사한 수필 같은 작품이다. .
사실 루쉰의 문학과 그의 사상, 행적 등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가 문학가이며 동시에 사상가, 혁명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당대를 온 몸으로 겪어내며 작품 활동을 한 문학가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구습(舊習)의 타도와 근대화라는 절대절명의 역사적 사명을 몸으로 헤쳐나간 그에게 이는 필연적인 것이었다. ‘4천 년의 전통’에 집착하며 근대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자국의 민족과 아시아의 어느 나라보다 서양 모방의 선두에 섰던 일본의 모습 사이에 서있었던 그였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전형준, 「소설가로서의 루쉰과 그의 소설 세계」, 『루쉰』, 문학과 지성사, 1997
김시준 역,『루쉰소설전집』, 서울대학교출판부, 1996
정석원 역,『아Q정전·광인일기』, 문예출판사, 2001
왕푸런, 유세종 역, 「‘광인일기’ 자세히 읽기」, 『루쉰』, 문학과 지성사, 1997
히야마 히사오, 정선태 역, 『동양적 근대의 창출』, 소명출판,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