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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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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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고속도로는 한적했다. 양 옆으로 우뚝 솟은 산 그림자가 차창 위에서 너울처럼 지나갔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버렸다.
마지막으로 갔을 때가 이 년 전이었다. 수능 시험을 치른 그해 겨울, 언니는 처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는 네가 나보다 더 어른 같구나…….”
언니의 시간은 열여덟 살 이후로 멈춰 있었다.
반대편 도로에서 운구차 한 대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버스를 뒤덮고 있는 하얀 국화가 불행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무심코 본 승객들의 얼굴도 유난히 초췌해 보였다. 어쩐지 호상은 아닌 듯했다. 갑자기 가슴이 후들거렸다.
오랫동안 오지 않은 탓에 길 찾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직접 차를 몰고 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혹시나 길을 잘못 들어설까봐 신경을 곤두세운 채 운전을 했다. 얼마쯤 더 가자 ‘장평 IC’라고 쓴 이정표가 눈에 띄었다. 얼른 핸들을 꺾어 장평 쪽으로 들어섰다.
휘닉스 파크를 지나자 아기자기한 펜션들이 눈에 띄었다.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모습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언니가 머물고 있는 펜션은 좀더 위쪽에 있었다.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펜션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그리 험하지 않은 계곡도 있었다.
펜션으로 올라가는 길은 결코 넓다고 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 늘어서 있는 펜션들 중에서 어느 것이 언니가 머물고 있는 펜션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하얀 벽에 갈색 지붕이 있는 펜션이라는 빈약한 기억만 가지고는 이 일대 펜션이란 펜션은 다 둘러봐야 할 판이었다. 전화를 걸까도 생각했지만 간병인에게 함부로 집을 비우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직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이라 펜션 관리인도 자리에 없을 때가 많다는 간병인의 말이 생각이 났다.
결국 혼잣힘으로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정 힘들면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면 될 일이었다. 언니가 머물고 있는 펜션은 3년 전에 외삼촌이 지은 건물이었다. 언니는 2년 간 요양원에 있다가 외삼촌의 권유로 이곳으로 옮겨왔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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