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다녀와서 (기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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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다녀와서 쓴 기행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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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잠이 유난히도 많은 내가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눈이 저절로 떠진 것을 보면, 여행은 특별한 기대감과 설레임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겨울에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갔었다. 어렸을 때라 그런지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고, 바닷가에서 자켓을 벗어두고나서 깜빡잊고 그냥 온 기억밖에 나지 않았다. 여행가는 날 아침, 배웅해주는 가족들은 제주도에 가서 자켓을 찾아오라는 말로 잘 다녀오라는 말을 대신해주었다. 공설운동장에 도착했을 때, 한 짐씩 들은 친구들과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보자 여행의 실감이 났다. 버스는 두어시간 정도 달려 광주로 향했다. 가는 버스 안은 돌아올 때의 버스와 확연히 달랐다. 매일 보는 얼굴인데도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광주로 가는 동안 차안에서 사진도 찍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활기차게 갔다.
광주에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관이었다. 민주화 운동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특별히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신념과 투쟁, 고통, 참상은 더더욱 알 수 없었다. 기념관을 둘러보는 내내 정말 끔찍했다. 저런 일이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일어났다니...... 그리고 그들 덕분에 이루어진 민주국가에 살고 있으면서도 지난 세대의 투쟁과 정신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숭숭한 마음은 기념관 앞 잔디밭에서 점심을 먹으며 떨쳐버리고, 우리는 곧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를 타는 시간보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었다. 내가 비행기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내 마음은 벌써 비행기가 올라갈 수 있는 높이만큼 떠있었다. 떠올라버린 마음을 쫒아가기나 하듯, 이내 비행기도 이륙했다. 이제 정말 섬으로 가는구나! 하는 실감을 만끽하기도 채 전에 제주공항에 도착하였다.
섬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발 디딘 곳은 용두암이 보이는 해변이었다. 원래는 용머리 모양의 바위인데, 2003년 태풍으로 머리가 깨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용머리 형상으로 연상하기는 좀 무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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