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사상] 최치원전을 읽고서 쓴 감상문입니다.

소개글

최치원전을 읽고 난 후의 1페이지 가량의 짧은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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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소설인지 시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곳곳에 시가 등장하는 형식의 이 이야기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형식의 글이었다. 이 이야기는 최치원의 제일 먼저 읊은 시에서 그의 뛰어난 재주와 은근히 마음을 통하고자 하는 뜻을 알게 된 팔랑과 구랑이라는 두 귀신이 시를 통해 화답하는 형식의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모든 시는 최치원과 두 여인의 마음을 드러내는 고사와 대상물들로 형상화 되어있다. 애정소설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사랑의 밀고 당김은 간단한 문답 형식으로 처리되었고 그네들의 속마음은 모두 시를 통해 고백하고 문하고 답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결코 세속적이고 저질스러운 그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듯 했다. 또한 자칫 현대로써도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두 여인, 그것도 자매지간인, 과 동시에 동침을 하지 않는가?) 애정 행각을 저급하게 기술 될 수도 있었을 것을 시로써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다. 감히 이 글을 읽고 노랑머리라는 영화의 정사신을 떠 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글에서 천재 시인 최치원은 유흥적인 기분으로(자신은 그렇다 이야기 하지만 진짜 그랬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지 않는다.) 두 여자와 사랑을 나눈다. 그들이 주고받는 시에는 세상의 인간들이 누릴 수 있는 남녀간의 즐거움이 가득히 배어나고 그 헤어짐에 있어서도 서러움이 별반 다르지 않다. 최치원은 그들과의 인연을 수나라 문제의 후궁이었던 진씨녀의 고사까지 인용하며 그 기쁨을 표현하고 두 여인은 천재 학자 최치원과의 인연을 맺으므로써 자신들의 한스러움을 해소하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재색을 겸비한 여인들이라 할 지라도 그들은 새벽닭이 울면 사라져야 할 혼백일 뿐이고 아무리 재주가 뛰어난 최치원이라 할지라도 죽음앞에서는 무력한 인간이었다. 당시를 생각해 볼때 최치원이 사랑한 팔랑과 구랑 두 여인은 당대의 신라사회에 있어서 이미 사라져버린 지식인들을 가리키는 것이고 그들의 죽음은 지식인들의 막혀버린 사회 진출이었을 것이다. 이미 몰락하고 있는 신라시대에는 천재를 받아들여 그에게 사회적인 성취를 맛보게 하여 줄 여력이 없음을 팔랑과 구랑의 죽음으로써 표현한 것이 아니었을까. 젊은 날의 최치원이 순수한 마음에서 꿈꾸었던 이상들은 모두 허물어진 무덤에 묻힌 것이나 다름없고 그는 자신이 꿈꾸고 있던 기쁨에서 벗어나 쓸쓸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천재성과 패기로 지식인으로서 사회의 모순된 제도 개혁을 이루려는 그의 꿈은 말 그대로 꿈속의 꿈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는 젊은 날의 이상에 대해 `아득히 왔다가 홀연히 가버리니/ 비바람 주인 없음을 알겠네/ 내가 여기서 두 여인을 만난 것은/ 양왕이 운우를 꿈 꾼 것과 비슷하도다.` 라고 읊고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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