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스포츠는 단순히 사람들의 오락거리,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존재해오지 않았다. 독일 파시즘 체제에서 올림픽이 선전도구로 이용되거나, 냉전시기 올림픽이 미·소간의 체제경쟁을 대변하는 장이 되었다는 유명한 사례들은 스포츠가 정치권력의 큰 관심사이자 개입 대상임을 보여준다. 적어도 근대 국민국가가 출현한 이후, 스포츠는 흔히 말해지듯이 ‘순수한’ 육체의 대전이었던 적이 거의 없었으며 지배세력(국가/자본)의 이해관계를 위한 지배이데올로기가 개입하는, 혹은 이에 저항하는 대항 이데올로기가 생성되는 복잡한 정치적 장이었다.
한국에서 이런 특성은, 근대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고 알려진 박정희 정권 시기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제 3~4공화국 시기는 스포츠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이나 지향이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국민체육진흥법의 제정, 학교 체육의 강화, 엘리트 체육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등이 실시되는 등 구체적인 스포츠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스포츠 정책들은 ‘조국 근대화’라고 일컬어져온 당대 정권의 지향점과 동떨어져 있지 않았으며, 이를 위해 스포츠에 정치적인 의미들을 적극적으로 부여하는 작업들을 끊임없이 수행해 왔다.
여기서는 박정희 정권 시기의 스포츠가 어떻게 ‘동원’ 되었는지, 즉 어떠한 정치적인 의미들을 부여받고 이 의미들이 당시의 어떤 시대적 과제들에 연결되어 있는지를 찾아볼 것이다. 이런 지배이데올로기의 흔적들을 찾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의 연설문을 검토해 볼 것인데, 연설문은 단순히 대통령 개인의 사견이 아니라, 정부 수반으로서의 한 정권의 방향, 지향, 의미 등을 읽어낼 수 있는 어느정도 ‘정제된’ 글이기 때문에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 서론
2. ‘건강한 국민/인구’과 스포츠
2_1 ‘체력은 국력’
2_2 스포츠 정신의 생활화
3. ‘대리전’으로서의 스포츠 - 대북 인식과 통일관
4. 결론
본문내용
스포츠는 결코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 아니며, 그것은 박정희 정권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시기부터 스포츠는 국가차원의 지원과 정책에 힘입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급되게 되었고, 그 스포츠 안에 녹아있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도 함께 흡수되었다. 파시즘적인 국민국가의 형성, 경제적 근대화와 북한을 비롯한 공산권과의 체제 경쟁 등 당시 정권의 과제를 이행하는데 있어서 스포츠는 적극적으로 동원되었고, 이를 박정희의 스포츠 관련 연설 속에서도 읽어낼 수 있었다.
스포츠가 이데올로기적인 장이 되는 것은 단순히 과거 군사정권, 적나라한 동원 체제의 산물만은 아니다. 앞서 지적했던 ‘건강한 인구’에 대한 욕망, ‘재생산하는 몸’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관심은 결코 과거와 같은 ‘파시즘 체제’만의 특징은 아니다. 또한 박정희 시기에 비해 스포츠에 대한 자본의 개입은 폭발적으로 늘어나 스포츠는 국가와 자본의 지배이데올로기가 복합적으로 섞여있는, 동시에 이에 저항하는 저항이데올로기 또한 틈을 헤집고 들어가려는 역동적인 이데올로기의 장이다. 이런 이데올로기의 장으로서의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해석해 보는 것은 역으로 지배이데올로기를 파헤쳐 올라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시도가 될 것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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