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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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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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본문내용

그런 면에서 볼 때 제가 오래전에 읽었던 김정현의 《아버지》라는 책에 비유됩니다. 이 책은 그 당시 아마도 IMF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리라 생각되는 데요. 그 책은 사실 너무 감상적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는 독자로부터 뻔한 방식으로 눈물을 요구합니다.
그 대신 작가 에밀 아자르는 다르게 표현합니다.
로자 아줌마가 실수로 마약주사를 맞게 되는 장면입니다.
「로자 아줌마는 처음에는 무척 놀라는 것 같더니 곧바로 보기 민망할 정도로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 보라. 예순다섯 살의 유태인 할망구가 헤로인 주사를 맞고 어떤 꼴이었지를」 네. 제가 생각해도 참 재미있는 장면인데요.
주인공 모모는 이렇게 자기를 돌봐주는 아줌마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합니다. 하지만 모모의 표현은 이렇게 장난스럽지만 그의 행동에서는 아줌마에 대한 애정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또 로자 아줌마가 자신이 젊었을 적, 모모의 표현으로는 엉덩이로 빌어먹고 살았던 시절, 그러니까 로자 아줌마도 젊었을 땐 매춘부로 살았었는데 그 때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했던 행동을 회상하며 착각속에서 다시 그 행동을 하게 됩니다.
모모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식으로 요란하게 치장을 하고 있으니까 그녀의 벌거벗은 몸은 더 두드러져 보이고 입술은 씰룩거리는 닭 똥구멍처럼 보였다. 정말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라고 표현하는 데요 표현은 이렇게 하지만 모모는 누구보다도 가슴에 애정이 많은 소년입니다.
모모는 로자 아줌마에게 몹쓸 장난도 치지만 로자아줌마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모모이고 로자 아줌마의 죽음의 마지막까지 있어준 사람이 모모입니다. 그리고 그 지하실에서 죽은 로자아줌마와 3주 동안 함께 있어 주었고 죽은 아줌마를 위해 향수까지 그 몸에 뿌려 주는 등, 그의 따뜻한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이 정도면 이 책의 주제를 파악하셨을 거라 생각되는 데요. 이 책의 주제는 바로 「사랑」입니다.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사람은 사랑을 해야만 하는 존재인 것입니다. 이 작품속의 등장인물들은 모두들 버림 받은 사람들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들 하나같이 태생적으로 사랑에 목마른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사랑에 목마른 이 사람들의 가슴은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가슴이 따뜻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촌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해준 작가 에밀 아자르에게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참고 자료

자기 앞의 생 (La)vie devant soi

에밀 아자르| 용경식 역| 문학동네| 2003.05.06 | 35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