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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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할머니의 죽음에 임하여 그것에 반응하는 가족들의 태도를 형상화하는 작품이다.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호상이라는 관념이다. 할머니의 죽음에 대하여 가족으로서의 슬픔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그 슬픔이 짙게 배어 있지는 않다. 그것은 할머니가 여든 두 살이나 되도록 살았고, 자손을 많이 두어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는 평가에 근거한다. 이것은 사회적 통념이며, 가족들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물론 화자인 ‘나’도 그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한 개인의 서글픈 죽음을 서글프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 성정이고, 그 점에 대하여 아무런 의식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관념을 작가는 들추어낸다.
우선 양조모는 할머니의 죽음을 예고하는 병환 소식을 듣고 슬피 울다가는 자신의 신세타령으로 마음이 변해가고 있다. 남의 죽음은 자신과 얼마간 거리가 있는 것이며, 결국 자신의 문제로 사태를 귀결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이런 정도의 거리나 양모나 ‘나’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앞둔 자에 대한 거리의 의미는 중모에게서 초점화 된다. 중모는 정성을 다해 할머니를 모셨다. 예절 알기와 효성 있기로 집안 중에 유명한 그녀의 효성에 대해 작가가 해석하는 바를 여실히 알 수 있다. 중모가 무엇을 노리고 거짓 효성을 부리는 것은 아니지만, 효성의 밑바닥에 흐르는 심리를 잘 포착하고 있다. 밤잠을 자지 않고 정성스럽게 간호를 하고, 죽어 갈 이를 위해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염불을 치성스럽게 바치기도 한다. 그리고 할머니가 뒤를 자주 보아 문드러지고, 또 뜨거운 방바닥에 덴 상처가 말라 일어나기만하면 아파하시는걸 보지 못해 당신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일으켜 드리지 않는 강단을 가진 사람이다. 겉으로 드러난 효행에 대하여 중모를 꾸짖을 어떤 구실도 없다. 더구나 다른 사람들은 지쳐버려도 중모는 끝까지 자신의 소명을 다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도덕적으로 완벽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효행의 본질은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지 진정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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