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오닐의 [얼음장수 오다]-인간의 유대

소개글

이 글의 논지는 유진 오닐(Eugene O`Neill)의 희곡 『얼음장수 오다』(The Iceman Cometh)가 환멸과 배반으로 점철된 인간 유대 또는 연대의 힘있는 드라마라는 결론이다. 배반과 환멸의 모티프들은 이 극에서 인간의 조건과 인간의 삶 자체의 조건으로 제시된다. 모든 인간들은 가족이라는 사적 영역에서이든 또는 사회의 공적 영역에서이든, 삶의 와중에서 일종의 고통스럽고 다소는 처참한(bloody) 경험을 겪어 나간다. 이 극은 <인간>, 배반당하고 파괴되는 수동적 존재인 동시에 인간의 아주 예리한 배신자이자 그러므로 파괴자로서의 인간이 어떻게 그러한 경험과 대항(cope)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묘사한다. 그것은 신(神)이 없는 현대 세계에서 인간의 생과 사의 싸움으로 제시된다. 그러한 전쟁 속에서 인간은 환상과 현실, 생과 죽음 사이에서 방황하며 환멸과 배반을 극복하고 그럼으로써 생존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오닐이 그의 극 『얼음장수 오다』에서 관객들에게 가르쳐주려 하는 바는 <인간성(humanity)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힉키의 고백은 역시 또 자신의 사랑과 증오의 인간상에서 인간의 운명적인 연약성과 잔인성을 드러낸다.

나는 그녀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그런 허무한 공상은 혐오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정신병원에 갈까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나를 이따금 용서해 주었다고 해서 내가 그녀를 용서할 수가 없거든. 나는 심지어 내가 내 자신을 너무도 증오하게 만들었던 같은 이유로 그녀를 증오하게 되는 내 자신을 목격했지.
(Act IV, 746).

I loved her so, but I began to hate that pipe dream! I began to be afraid I was going bughouse, because sometimes I couldn`t forgive her for forgiving me. I even caught myself hating her for making me hate myself so much.
(Act IV, 746)

그는 열등감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이블린(Evelyn)을 살해하였지만, 그가 이블린의 완벽성과 비교되는 자신의 쓰라린 열등감 때문에 이블린을 살인하였다는 엄연한 사실을 부정한다. 그는 자신이 저주스런 거짓의 허무한 공상을 포기하였다고 말한다(Act I, 661). 그리고 이제 그는 진리를 있는 그대로 대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진리란 그가 창조한 환상이다. 그것이 가난한 이블린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한 방법이었지만, 그녀를 죽여야 한다는 광적인 결론으로 그를 몰아세운다(Act IV, 738).
내러티브의 알레고리적이고 상징적인 층위는 아이러니컬하게 조작된다. 해리 호프 소유의 술집은 절망감과 침울함(stagnation)으로 시달린다―“그곳은 기회조차 없는 살롱이다. 바닥의 비천한 술집...”(It`s the No Chance Saloon. It`s Bedrock Bar...; Act I, 631). 호프의 생일 잔치는 죽음의 그늘로 오염되고, 희망의 사자(messenger) 힉키는 죽음의 사자이자 고도(Godot)의 인간 얼음장수(iceman)로 판명된다.
더욱이 알레고리적이고 상징적인 내러티브 층위는 이 극의 강력한 성경의 인유들(allusions)로 보완된다. 해리 호프의 술집은 허무한 공상들의 궁전(Act I, 663)이다. 아니면 내가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기회조차 없는 살롱(the No Chance Saloon)이건 아니건 관계없이, 한 가족의 소우주, 인간의 세계 자체를 구성한다. 무대 위의 탁자들의 위치 선정과 생일 잔칫상은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을 아주 잘 암시해준다. 거기서 음료를 서로 서로 함께 마시며 축배 하는 사람들 모두는 친교(communion)의 은유이다. 지미(Jimmy)가 해고되고 그의 부정한 아내 마조리(Marjorie)로부터 이혼을 당한 이유가 이 축배를 위해서였다(Act IV, 740).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같이 그가 마시는 축배는 인간의 친교에서 온전성(wholeness)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암시한다. 그러자 힉키가 구원자로 다가오지만 그는 배반자 유다(Judas)로 판명된다. 패릿 또한 유다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연극 안의 모든 사람들이 어떤 면에서는 가족이나 사회의 배반자로 드러난다. 이 극의 등장 인물들은 이러 저러한 측면에서 모두 그들이 사랑했던 사람들의 배반자이거나 그들이 믿었던 어떤 대의들(causes)의 배반자이다.
힉키의 경우에 그는 이블린을 배신할 뿐만 아니라 호프의 가족 전체를 배반한다. 철물점 상인 힉키는 해리 호프와 여러 건달들의 오랜 친구였고, 래리에 따르면, 그는 주기적으로 열리는 주연(酒宴)에 일 년에 두 번 빠짐없이 찾아와서 그의 돈을 다 탕진해준다(Act I, 631). 그러나 그들이 그들 자신들의 허망한 공상들(pipe dreams)을 제거할 것을 그가 요구한다. 해리의 세입자들은 그의 요구를 거부하고, 그가 정신 나간 영업 사원 자신인 휴고(Hugo)에게 죽음을 팔고 있다고 말하며(Act IV, 752), 세입자들이 빠져나갈 수(pass out) 없게 되었다고 강하게 저항한다(Act IV, 736).
래리는 한 때는 직업별 노동조합 무정부주의자였지만 무정부주의 운동의 배신자로 형상화된다. 그러나 그는 이제 그것에 환멸감을 갖는다. 그는 그것을 경험했던 것이다―“지랄 같은 진리! 세계 역사가 입증하듯이 진리는 어떤 것과도 관련이 없다. 그것은 무관계하고 실체가 없다(To hell with the truth! As the history of the world proves, the truth has no bearing on anything. It`s irrelevant and immaterial...; Act I, 623). 역사의 대의에 대한 환멸 또는 그로부터의 소외는 감옥에 갇힌 패릿의 어머니 로사(Rosa)로부터의 소외감과 평행선을 달린다. 사실상 패릿이 래리에게 로사와 관련된 과거를 상기하는 자극적인 행동은 래리의 과거 경험을 역사 자체와 비교하는 문제 제기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환멸 속에 인간과 그나 대의와 역사에 대한 근본적으로 사무친(piercing) 불신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나는 사람들이 자신들 스스로로부터 구원받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그러면 그들이 탐욕을 포기해야 하고 그들은 자유의 대가를 결코 지불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Act I, 624). 결과적으로 가족사의 골격 속에서 형상화된 패릿의 문제 제기는 연극의 심층 내러티브 안의 형상화 행위(figurative act)로서 공적이건 사적이건 역사와 관련한 극작가 자신의 문제 제기를 구성한다.

참고 자료

O`Neill, Eugene. The Iceman Cometh. Selected Plays of Eugene O`Neill. New York:
Random House, 1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