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내 안의 우물

소개글

<소설> 『내 안의 우물』

짧은 소설,
즉 장편(掌篇)소설 쓰기.
페미니즘적 주제에 연관, 여성의 심리를 중심으로.

목차

없음

본문내용

<소설>
『내 안의 우물』


우리들을 잠재우지 못한 밤은 펑펑 눈송이들을 우리의 깊은 구멍으로 떨구며 멀어져간다.
핸드폰을 통해 다자간 통화를 시작하고부터 밤이 길어졌다. 아니 밤이 길기 때문에 우리들의 대화가 길어졌다.
"너, 술 마시고 있지? 안 봐도 알아."
P가 S에게 앙칼지게 곤두선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 P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말하려다가 그만둔다. 핸드폰에 감지되는 목소리가 다소 과장스레 울리는 것으로 보아 욕실의 좌변기에 올라앉아 있는 중일 것이다. 변비가 적이 된 지 오래인 P가 담배를 손에 쥐고 하얀 좌변기에 옹송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상상된다.
"넌, 또 팝콘을 튀기지?"
P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나를 향해 날아온다. 나는 그렇다고 짧게 대답한다.
"불면, 변비, 먹지도 않을 거면서 튀기는 팝콘, 이 셋의 공통점은 뭘까?"
이제 S는 취기로 약간 혀가 굳어 다소 딱딱한 어감으로 말한다.
“맞지 않아서, 그래서, 불안한 거야. 그래서 술 마시고, 변비로 고생하고, 할 일 없이 팝콘을 연상 튀겨대는 거라고.”
P의 말에 S와 나는 침묵한다. 가슴에 깊이 존재하는 구멍을 의식하는 건 나만 그런 게 아닐 거였다. 그들 두 사람에게서도 깊은 구멍이 보인다. 그 깊은 밑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소리가 귀에 잡힌다.
“그 인간이 어제 전화해서 용서해달래. 냉정하게 수화기를 내려놓아버렸지. 그랬더니 쉬원하더라. 꼭 몸에 팽팽하게 생긴 물집을 터트렸을 때처럼 말야.”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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