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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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이 책의 원제는 ‘세계의 서술’이라고 한다. 물론 이 책이 마르코 폴로의 여행을 기초로 란 것이기 때문에 기행문의 성격을 지니지만 여타 기행문과는 다르게 자신이 모고 느낀 것을 적었다기보다는 13세기 후반 유럽 이외의 다른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서술을 한 것 같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예를 들어 그는 어느 지방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 방위와 거리, 주민의 언어, 종교, 산물, 동식물 등을 숫자 하나하나 정확히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실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도 아니다. 곳곳에 수많은 일화들은 필자의 흥미와 호기심, 그리고 너무나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있어서 왜 그가 허풍쟁이란 말을 들었는지 이해가 갈 정도였다. 예를 들면 바그다드에서 산을 옮긴 구두수선공 이야기나 환락의 정원을 꾸며놓고 젊은이들을 유인한 뒤 자신의 명령에 따라 목숨까지 던지는 무서운 암살단을 조직했던 ‘산상의 노인’에 관한 이야기, 쿠빌라이 칸의 장엄하고 화려한 도시와 궁전들, 낯선 여행자들에게 기꺼이 아내와 딸을 내주어 동침케 하는 풍습을 지닌 지방들에 관한 이야기, 성 토마스의 유해가 묻혀 있다고 하는 인도의 마이바르 해안에 관한 서술 등 사실과 허구가 교묘히 혼합된, 믿을 수도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놀랍고 신기한 이야기들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필자는 많은 분량을 통해 찬사를 보낸 쿠빌라이 칸이 지배하고 있던 중국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었는데 쿠빌라이의 화려한 궁전이나 계획적으로 지어진 신도시, 킨사이 곳곳을 가로지르는 도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장, 원활한 교역을 위한 화폐 유통 등 책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것들은 13세기의 중국이 얼마나 앞선 세계였는지를 충분히 짐작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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