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소설 - 소년, 소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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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 소년, 소녀가 되다.
순수 창작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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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5월, 초등학교 4학년쯤 돼 보이는 남자 아이가 안방 TV앞에 앉아 아기공룡 둘리를 보고 있다. 나와서 밥 먹으라는 엄마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TV에 푹 빠져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만화가 끝나고 엔딩송이 나왔다. 남자 아이는 신나게 따라 부른다. 이제 CF가 나오고, 다음은 내 고향 6시가 할 차례다. 아이는 이미 다음 편성표를 아는지 TV에서 눈을 뗐다. 아이는 심심했다. 숙제도 없고, 군것질은 좋아하지만 밥은 먹기 싫다.
안방을 둘러보았다. 침대, 옷장, TV, 화장대... 화장대가 눈에 띄었다. 남자 아이는 엄마 화장대로 무릎을 끌며 가서 앉는다.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분첩같이 생긴 화장품을 하나 들었다. 여는 방법을 몰라 한참 이리저리 만져보다 우연히 열렸다. 진한 냄새가 났다. 부녀회가 있을 때면 엄마들에게 나는, 향기롭기보다는 약간 고약한 냄새다. 분 밑에 또 공간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동그란 솜 같은 것이 들어있다. 아이는 솜을 꺼내 분을 묻힌 뒤 얼굴에 한 번 찍는다.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또 한 번 묻히고, 이마에도 코에도 얼굴 사방에 분을 바른다. 처음엔 표시도 안 났는데, 이제는 밀가루를 뒤집어 쓴 것 같다. 아이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툭툭 친다. 거기에서 끝날 것 같았는데, 또 다시 화장대에 눈길을 준다. 이번에는 립스틱이다. 붉은 피처럼 짙은 빨간색이다. 강렬한 빨간 색에 매료된 듯 아이는 립스틱을 천천히 입술에 대 본다. 하얗게 분칠 된 얼굴에 살짝 닿은 립스틱은 곧 아이의 얼굴에 선명하게 자국을 남긴다. 재미있는 듯 아이는 온 입술에 빨간 색을 찍어 바른다.


“임마! 아니, 이 자식이!”

우렁찬 아빠 목소리에 남자 아이는 깜짝 놀라 립스틱을 떨어뜨린다. 아빠는 무서운 눈초리를 아이를 노려보더니 거실로 끌고 나와 엄마에게 얼굴 꼬라지를 보라며 소리치고는 훈계를 하고 자칭 사랑의 매를 든다. 엄마 화장품을 아주 조금 쓴 것이 엄청 큰 잘못 이구나 하고 남자 아이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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