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이상한 야회(夜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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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이상한 야회(夜會)』
<절대로 포르노 보지 않기 모임>은 석양이 빛의 끝자락을 거둬들이는 시간에 회원들만이 모이는 정신병원의 별관(別館)에서 회합을 가지기로 되어 있었다.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알 권리가 있다는 맹신에 사로잡혀 있는 게 우리 사회라지만, 그들은 그 반대였다.
아직 해가 서쪽으로 다 옮겨가기 직전, 검은 선글라스를 쓴 삼십대의 주부가 날렵한 동작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옥상으로 직행하는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8층의 건물을 올라가는 시간과 거리만큼 해는 서쪽으로 더 이동할 거였다.
이어 십대인 중학생 남자애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 버튼을 눌러놓고 서서 브라보콘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와 자동으로 문틈을 벌렸다. 남자애는 문안으로 뛰어들어 역시 옥상으로 직행하는 버튼을 눌렀다.
해는 남자애가 핥아댄 아이스크림의 부피만큼 어둠이 빛을 죽였을 거였다.
잠시 후, 지팡이로 대리석을 짚으며 뒤뚱 걸음으로 걷는 칠십 대의 영감 뒤에서, 오십대의 펑퍼짐한 아줌마가 알은 채로 인사를 던졌다. 뒤돌아 본 영감은 생김새와는 딴판으로 접시 깨지는 듯 얇상한 아줌마의 목소리가 싫었으나 내색을 감추고 맞인사를 건넸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내려왔으므로 영감과 아줌마는 서로 먼저 타길 양보하다가 결국엔 동시에 안으로 몸을 밀어 넣는 바람에 문틈에 끼고 말았다.
「거봐, 내가 뭐랬쑤? 아줌씨 먼저 타라고 했잖아. 에이,」
영감이 역정을 냈다.
「내참, 그러기에 영감님 먼저 타라고 양보했잖아요.」
펑퍼짐한 아줌마 역시 지지 않고 접시 깨지는 소리로 신경질을 부렸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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