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 『미실』
- 최초 등록일
- 2008.01.03
- 최종 저작일
- 2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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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감상문 - 『미실』, 김별아 장편소설
목차
없음
본문내용
『미실』
“ 그녀의 치마가 펄럭였을 때 세상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돌이킬 수 없는 폐허처럼,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끝까지 갔다. …… 끝까지 오직 아득한 끝만을 주시한 채로.”
나에게 있어 책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 교훈을 주는 책, 재미를 주는 책, 혼란을 주는 책. 미실은 나에게 혼란을 가져다주는 책이었다.
나는 세계일보에서 제정한 세계문학상 당선작인『미실』이란 소설을 접할 수 있었다. 이 결정 역시 문학상 당선작이란 것이 큰 역할을 하였다. 책의 겉표지에 적힌 ‘사랑으로 천하를 얻은 신라 여인 미실’이란 문구가 마음에 와 닿은 것도 사실이다.
책을 한 장씩 넘겨가며 나는 아차 싶었다. 『미실』은 나로 하여금 혼란을 주는 책일 뿐만 아니라 학교 과제용 독후감의 내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가치판단도 뒤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무엇인기가 분명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차근히 책장을 넘겨보았다.
미실, 그녀는 신라의 ‘색공지신’ 신분이었다. 색공지신이라 함은 세대 계승을 위해 왕이나 왕족을 색으로 섬기던 신하를 뜻한다 한다. 그녀는 이러한 운명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아니 어쩌면 그 운명을 즐기기라도 하듯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색’으로 물들인다. 미실은 이러한 운명이 숙명인 듯 빼어난 외모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남자를 홀리는 재주와 언변술등을 고서를 통해 공부하기도 한다. 아름다움 그 자체, 설명할 수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이 그저 받아들이기에 족한 절대의 가치를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 진흥제의 배다른 동생인 세종의 눈에 띄어 그와 혼인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어미인 지소태후와의 불화로 미실은 궁에서 쫓겨난다. 궁에서 쫓겨난 미실은 그녀로 하여금 색공지신의 신분이 되게 하고, 이러한 운명을 순응하도록 이끈 외할머니 옥진과 살아가게 된다. 이 시기 미실은 사다함이란 화랑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후일 미실이 과거를 회상하며 사다함을 첫 사랑이라 칭한 것으로 미루어 그녀에게 있어 현 시대의 가치관으로도 인정될 수 있는 올곧은 사랑은 사다함 하나뿐이라 해도 무방할 듯싶다. 이것 역시 현시대의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나의 편협한 정의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녀는 사다함과 사랑을 키워가며 잠시 색공지신인 자신의 삶을 잊고 그와의 혼인을 꿈꾼다. 하지만 미실을 잊지 못하는 세종이 열병으로 앓아눕게 되자 다시 세종의 곁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녀는 이러한 가슴 아픈 상황 속에서조차 단 한 번도 그녀의 운명을 거부하려는 의도조차 내비치지 않는다. 아니, 가슴 아파 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자신에게 정해진 삶을 순응하기만 한다. 다른 삶은 애초에 없는 듯 보였다. 그녀에게 있어서 사랑은 애당초 그녀의 의사와는 무관한 것이었으리라 믿어진다. 그렇지만 미실을 못 잊어 열병을 앓은 세종, 과연 그는 그녀를 사랑한 것일까? 나는 도리어 그의 사랑역시 미실의 사랑만큼 온당치 못한 것이라 생각되었다. 세종은 미실과의 밤을 잊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 차후 보여주는 세종의 행동은 그것을 사랑이라 하기에도, 아니라고 하기에도 뭔가 부족한 듯싶었다. 어쩌면 사랑이기 보다는 끝없는 집착이라 함이 더 마땅해 보였다. 집착은 분명 사랑의 한 방도일 수는 있으나 사랑 그 전부는 아닐 것이다.
참고 자료
김별아, 미실, 문이당,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