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만의 마의산

소개글

토마스만의 마의산을 읽고 쓴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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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내 책장에 꽂힌 많은 책들 중에서 가장 두툼한 그 책을 집어 든다. 엄지손가락만을 이용해 가볍게 파라락 책장을 넘겨본다. 책장들이 만들어 내는 작은 바람과 함께 2003년 늦가을의 냄새가 내 코를 스친다. 그 시절은 내 인생에서 가장 반듯한 시절이었다. 이것은 어떤 의미로도 은유가 아니다. 정말이지 나는 매지 2학사 B동 403호 2층 침대위에서 가장 반듯한 자세로 누워만 있었다. 2층 침대에 누워 하루 종일 올려다본 천장은 너무 낮아서 마치 관 속에 누워 있는 듯 한 느낌이었다. 그 때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슬픔에 뒷덜미를 단단히 붙잡혀 있었다. 이상한 일이지만 4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 날들의 먹먹함은 어제 일처럼 뚜렷이 기억이 난다. 그것은 확실히 기묘한 나날이었다. 천장만 바라보며 누워있는 나에게 룸메이트는 삼각김밥을 사다주며,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 같은 선한 눈빛으로 근심스럽게 물었었다.

“가을 타냐 ? ”

글쎄... 가을을 타는 것이었을까.? 그 슬픔은 가을이 가져다 주는 우수나 고독과는 성질이 좀 다른 것이었다. 그 슬픔은 우수보다는 배고픔에 가까웠다. 그것도 단순히 배가 고픈 정도가 아니라 우주의 공허를 그대로 삼켜 버린 것 같이 속이 텅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룸메이트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배고픔은 정삼각형 김밥으로는 한 귀퉁이도 채울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난 배고픔이 주는 초조함으로 도서관으로 내달렸던 것이다. 어쩌면 그 배고픔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스테이크처럼 두툼한 어떤 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선택은 러시아 소설이였다. 러시아 사람들은 춥고 기나긴 겨울동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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