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박사와 헤로데 대왕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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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평소 책읽기를 즐겨하는 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에서 혹은 가슴에서 느낀 그 무엇들을 글로 표현해 내는 것은 달갑지만은 않다. 인간이라는 동물의 감성과 지성이 참 아이러니 한 것이, 분명 글자라는 매개체가 내 눈을 통해 나에게 전달되었는데, 그것들이 내 머리와 가슴을 거치는 동안 느낀 감정과 깨닳음을 다시 글자라는 것으로 표현해 내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바꾸어 생각하면, 나는 고작 읽은 것들에 대한 느낌을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이렇게 투정부리고 있는데, 읽을꺼리를 만들어 내는 작가들은 또한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가 싶다. 특히 이번 레포트로 알게 된 미셀 뚜르니에 라는 작가를 생각하면 더욱 더 그렇다.
교수님께서 레포트를 쓰라고 여러권의 책을 제안해 주셨는데, 그중 이 책을 소개해 주시는 교수님 말씀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소위 말하는 “내 인생을 바꿔준 책 한권”이라는 짧지만 힘이 들어있는 문장에 나도 모르게 어떤 끌림을 받았다. 교수님께서 읽기 어려울 거라는 말씀도 덧붙이셨지만, 그동안의 독서량이 도와줄 꺼 라고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 넣었다.
이 책은 절실한 기독교인들에게는 쉽게 읽힐 지도 모르는 책 이였다. 하지만 내가 힘들때 예수님을 찾으며 기도를 한 적은 있지만, 성격에 관해서는 해박한 지식이 없었던 나로서는 동방박사가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르고 책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 어떤 책들보다 읽기가 힘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부딪친 가장 큰 난관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였다. 한국소설과 일본소설을 주로 독서를 해왔던 나로서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참 어려웠다. 특히 헤로대 대왕의 이야기에서 가장 많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읽으며 그들의 관계를 생각해 내는 데만도 한 페이지를 넘기기도 힘들었다. 그럴때 마다, 나 스스로,‘ 이건 나 자신과의 싸움이야’ 라는 마음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 나갔다. 생소한 이름에다 처음엔 도무지 갈필을 잡을 수 없던 내용 때문에 부끄럽지만 ‘그래 레포트’ 써야지 라는 마음만이 이 책을 읽게 유일한 동기였다. 하지만 페이지를 더 해 갈수록 이 책은 나에게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와 감동 배울꺼리를 전해주고 있었다.
노예 신분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여행을 시작한 가스파르 왕 처음엔 그의 집착을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이성에 대한 사람의 마음을 되집어 보면서 이성에 대한 사랑, 그로인한 집착이 인간 본성에서 가장 솔직하면서도 원색적인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스파르 왕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또 흥미 있었던 건 피부색에 관해 갈등이 많았던 가스파르가 이브와 아담도 흑인이 아니였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었던 내용이다. 지금까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작가가 꺼낸 것이다. 순백색 흙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흙으로 사람을 빚으셨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아담이 꼭 백인이라고만 생각했었는지, 나 자신의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참고 자료

동방박사와 헤로데 대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