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단편소설 ‘익명(匿名)의 섬’과 임권택 장편영화 ‘안개마을’

소개글

1982년 세계의 문학 봄호를 통해 발표된 이문열 단편소설 `익명의 섬`과 그것을 원작으로 1983년 개봉된 임권택 장편영화 `안개마을`을 택스트로 소설과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와 소설이 영화화 되며 일어난 작은 변화들에 대해 간단히 정리한 리포트 입니다. 텍스트의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기술하였으며 텍스트가 갖고 있는 심오한 주제를 비교적 쉽게 정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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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이문열 단편소설‘익명(匿名)의 섬’은 1982년 세계의 문학 봄호를 통해 발표되었다. 1982년은 내가 유치원에 다니던 해이다. 내게 남아 있는 당시의 기억은 완전하지 못한 단편적인 이미지들이어서, 그것들이 얼기설기 뒤엉켜 어설프게 하나의 이야기가 추론되기에도 벅차다. 이후, 1983년부터 시작된 나의 초등학교 시절로 들어서면, 그것은 조금 수월해 진다. 학교와 선생님, 짝꿍과 친구들, 호기심으로 점철되던 이성에 대한 관심, 주변의 형과 누나들의 연애 이야기 등등... 그 중에서도 단연 빠르게 추론되는 것들 중에 하나는 나와 내 주변의 연애 이야기인 것 같다. 그 당시 남아 있던 이미지들이 나이가 들면서 아,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당시의 속사정을 쉽게 알게 되는 것들 말이다.
이문열 단편소설 ‘익명(匿名)의 섬’을 읽고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처럼 1982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이로 인해 지금(2006년)은 생각하기 어려운 설정이 작품의 주요 사건의 원인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이 사뭇 감상적인 기분에 빠지게 했다.
내 기억의 1982년 전후, 그리고 1990년대 중반까지도 편지가 연애의 주요 매개체였다. 우체국을 통한 더딘 정보전달의 미학으로 연애 이야기는 다양하고도 감상적으로 전개되기 쉬었던 것 같다. 아무리 오지라도 전화와 핸드폰 기지국이 설치되고 인터넷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요즈음엔, 이유 같지 않은 이유(친구들과 술 마시고 앓아누워서 오지 못했다는)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애인을 며칠씩 기다리는 상황은 연출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많은 것들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간주되는 상황들을 보며 시간의 흐름과 그에 따른 문화의 변화를 생각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러한 달라진 시대적 배경에서 나오는 묘한 재미를 포함해서 작품 속의 모든 설정과 상황들이 흥미롭고 진지하게 전개되어서, 소설을 읽는 내내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설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주인공‘나’는 지금의 남편이 자신과 약혼 한 후 입대하고, 자신은 산골 마을의 초등학교에 재임하며 겪었던 일에 대한 회상을 하며 시작한다. 교육대를 갓 졸업한 여선생님인‘나’는‘군청소재지에서 육십 리 가까이 떨어진’,‘도저히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산골’의 동족부락에 위치한 초등학교로 부임 받아 가게 된다. 그 곳에 도착하자마자‘깨철’이라는 부랑자 같은 사내와 마주치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어디서 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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