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영혼의 편지를 읽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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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하는 사람들만 읽는 책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채 읽기도 전에 나는 그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단숨에 그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

상상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내가 돈을 받을 때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무엇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이다. 당시 고흐는 스스로 한끼를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여서 그의 동생 테오가 고흐의 생활비를 보내주지 않으면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흐는 동생이 보내는 돈의 전부를 입을 것이나 먹을 것에 쓴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림을 위한 재료와 모델을 구하기 위해 썼다. 며칠 동안 밥을 먹지 못하기도 하고 물감 살 돈이 없으면 스케치만 하면서 그가 미친 듯이 한 가지에 매달린 것은 바로 그림이었다.
그에게 있어 그림은 삶의 일부가 아닌 전체였다. 자신보다 그림을 사랑해 인간의 본능을 초월할 정도로 그림에 대한 강한 열정을 쏟았던 고흐. 돈,옷,음식등의 물질적인 도구들은 단지 그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일 뿐이었다.
고흐는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는 건강에 대해 염려했고, 동생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해 하기도 했지만 그림 그리는 순간만큼은 그는 다른 어떤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림이 없으면 그도 없었다. 그가 동생에게 편지 쓴 내용의 대부분도 그림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가 말하는 코발트색이나 카드뮴색이 어떤 색을 띠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과정에서 그림에 대한 기술들은 나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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