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비평 : 편혜영 「사육장 쪽으로」

소개글

소설을 분석하여 비평하는 글.
굉장히 치밀한 분석력과 창의력.

편혜영작가의 단편소설 사육장 쪽으로.

목차

1. 문제) ‘사육장에 있는 개가 몇 마리인지 세어보시오.’
2. 제삼 차 세계대전(世界大錢) 발발
3. 모티프를 통한 의미 색출
4. 거울 속의 나 들여다보기 : 나르키소스여, 눈을 떠라
5. 그로테스크하고 엽기적인 상상력의 글쓰기

본문내용

1. 문제) ‘사육장에 있는 개가 몇 마리인지 세어보시오.’

「사육장 쪽으로」라는 소설제목이 자꾸만「도살장 쪽으로」라고 헛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에게 사육된다는 것이 그다지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사육 아닌 사육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주체적으로 본인의 삶을 지탱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는지 모르겠다. 독자 중 누군가는 말할 테지. 자신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에 대한 농담에 불과하다. 단지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매우 길들여져 주(主)와 객(客)을 혼돈하고 있는 것뿐이다. 나를 지배하고 있는 무언가가 도처에 깔려있다고 생각하면 존재의 의미가 희미해져 버린다. 사육장에 갇혀 사는 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그’의 모습이 너의 현실이고 나의 반영이며 우리의 전형이다.
가수 임창정의 앨범 중에 ‘날 닮은 너’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다른 환경에서 지내온 남녀가 사랑을 하면서 닮아간다는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닮아간다는 것은 기쁨이며 애정이지만, 타인의 추한 몰골에서 자신을 문득 발견할 때의 순간만큼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편혜영은 주인공인 ‘그’가 자신의 눈에 비친 사람들을 통해 현실의 정체를 드러내고 독립적 자아를 되찾길 희망한다. 이것은 비단 작중인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나 작가, 누구에게나 해당한다. 작가는 오히려 소설을 마이크삼아 독자에게 질문을 할 것이다. 가령, 당신은 평소에 개 짖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까? 혹은 당신은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잘 합니까? 와 같은 질문들이다. 그녀는 괘씸하게도 독자에게 숨은그림찾기를 하도록 유도한다.
문제) ‘사육장에 있는 개가 몇 마리인지 세어보시오.’

참고 자료

「사육장 쪽으로」, 2007현대문학상수상소설집, (주)현대문학
허만옥(2006), 현대소설의 이해와 비평적 감상, 보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