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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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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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명랑>인 천운영의 소설은 그다지 명랑하지 않다. 겉표지는 아주 밝은 파란색으로 명랑이란 글씨도 매우 명랑해 보이는데, 소설 명랑에 등장하는 명랑이란 약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천운영 작가의 소설은 처음 접해보았는데 8개의 단편소설 속에 등장하는 너무나 독특한 캐릭터들과 생생하게 묘사되는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세상의 새로운 이야기가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천운영이란 작가에 대해 궁금해졌고 그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리라 다짐했다.
‘명랑’이란 민간에서 유통되는 진통제의 일종이다. 몸이 아플 때 마다 늙은 할머니는 수시로 하얀 가루인 명랑을 먹는다. 노인네에게 통증이란 죽음이 임박했다는 일종의 신호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주문을 외듯이 할머니는 명랑을 입에 털어 넣는다. 명랑을 먹으면 목숨이 보충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명랑을 먹어야만 하는 명랑하지 못한 할머니의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약을 늘 복용해야 할 정도로 삶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명랑이 제공하는 의학적 효능과 심리적 위안에 기대어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명랑이라는 약 이름의 한쪽에는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고통스러운 모습이 있고, 다른 쪽에는 삶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가 가로 놓여 있었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밀어낼 죽음의 그림자마저 없다면, 스스로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명랑을 습관적으로 복용하던 할머니가 화재 사고로 죽고 나자 할머니의 유골 가루를 조금씩 맛보며 살아가는 소녀의 모습에서 죽음이 있기에 삶의 의미가 있고 삶에 의해서 죽음이 연기되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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