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없는 과거 청산? 스페인의 사례 - 스페인의 과거청산

소개글

1975년 독재자 프랑코가 죽고 나서부터 1982년 사회노동당으로 정권이 교체되기 까지를 스페인 사회에서는 보통 ‘민주주위 이행기’라 부른다. 40여 년 동안 스페인 사회를 옥죄어 온 완고한 독재 체제가 붕괴되고 그 자리를 서구식 의회민주주의가 대신하는 기간이었다. 비교적 단기간 동안에 대화와 협상을 통해, 과도한 혼란과 희생 없이 안정된 민주주의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불행했던 ‘과거청산’과 그를 통한 화해로 이야기가 넘어가면 문제는 상당히 복잡해진다. 내전기와 프랑코 독재 시기 스페인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테러와 살인, 고문과 추방 등 온갖 인권 유린 행위가 저질러졌음에도 지금까지 누구도 그에 대해 책임을 진 적이 없다.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낸 일련의 정치적 결정을 ‘침묵협정’ 혹은 ‘망각협정’이라 부른다.

목차

- 민주주의로의 이행과 과거청산의 부재

- 내전의 트라우마와 프랑코 체제의 형성

- 체제 후반의 경제발전과 기억의 변화

- 민주화, 사면법, 그리고 망각협정

- 민주화 이후의 과거사 논의

- 스페인의 ‘과거청산’을 어떻게 볼 것인가

본문내용

스페인의 과거 문제 해결은 독특했다. 우선 권위주의 체제의 정치적 청산을 얘기한다면 스페인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듯이 모범적인 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행한 과거의 청산과 화해를 얘기한다면 그것은 결코 모범적인 예가 되지 못한다.
비센스 바라로는 오늘날 스페인에는 내전과 프랑코 체제, 민주주의로의 이행, 그리고 과거와의 화해에 대하여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견해가 있다고 주장한다. 먼저 강경 보수 진영은 프랑코의 쿠데타와 독재 체제가 제 2공화정 하의 극심한 혼란을 바로 잡고,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둘째, 앞의 견해보다 훨씬 다수가 지지하고 있는 소위 ‘중도적’ 입장이다. 그들은 스페인 내전이 오랫동안 악화일로를 걸어온 ‘두 스페인’간의 충돌로 인해 발생한 것이고, 그 내전에서 양측이 모두 엄청난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모든 것을 깨끗이 잊어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셋째, 진보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위의 두 견해가 내전과 프랑코 시대에 대한 왜곡과 무지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학교와 매스컴에서도 가르치지 않고 있는 역사적 진실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스페인의 과거청산을 어떻게 볼 것이며 거기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어쨌든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그 진실의 토대 위에서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청산은 과거의 원한에 대한 한풀이를 넘어 더 민주적인 사회,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더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밑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 것은 알아야 하고 짚을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참고 자료

세계의 과거사 청산, 김남섭, 푸른역사
청산 없는 과거청산? : 스페인의 사례_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