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트로이의 여인들>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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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여인들>감상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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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유리피데스의 비극 <트로이의 여인들>의 또 다른 하나의 해석이 나왔다. 바로 태평양 전쟁 때의 우리의 참극인 종군위안부 여성들의 이야기와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남겨진 불운한 여인들의 이야기를 결부시킨 해석이다. 사실 <트로이의 여인들>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는 막연히 트로이 전쟁 이야기에 언급되는 여인들의 이야기이겠거니 생각하고 말았는데, 브로셔의 극 소개를 읽어보니 그 제목 자체인 <트로이의 여인들>이라는 작품이 존재했음을 확인하고 조금 창피한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국립극장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던 <엘렉트라>를 놓친 것이 아쉬워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정통 그리스 비극을 맛보자 하는 마음으로 택한 극이었는데 조사가 미흡해 이런 새로운 형식임을 몰랐고 기대했던 점과 달라 약간은 실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극은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화두를 던져주는 역할은 톡톡히 해준 것 같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얇은 막이 드리워진 뒤로 여인들이 횡으로 앉아 각자의 한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캄캄한 조명과 음산한 가야금과 대금 소리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한이 가득 담긴 굵고 무거운 여인들의 목소리에서 가슴 깊은 곳에 묵직하게 내려앉는 거대한 덩어리가 느껴졌다. 각자 자신을 소개하며 일본으로 끌려가게 된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데, 순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들의 마음을 부추겨 거짓으로 위안부로 끌고 간 사실이 또 한 번 가슴을 아리게 했다. 쉴 새 없이 파고 들어오던 일본군의 성기와 변태적인 행위들을, 반항이라도 할라치면 무차별적으로 날아오던 군화 굽을,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고 갖은 욕은 다 얻어먹은 생활들을 나열하며 관객을 향해 하소연을 하는 모습을 보니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나 더 이상 보기 싫을 정도였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트로이의 여인들이 전쟁 때문에 입게 될 굴욕과 위안부로 끌려간 우리나라의 여인들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쟁의 끔찍하고 비참한 현장을 그려낼 뿐이다. 텍스트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닌 이미지의 나열에 중점을 두어 공연에 사용되는 색감과 배우들의 분장, 의상, 연기 등을 통해 그 비극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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