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대회 대상수상-<이문재 산문집>

소개글

제9회 우수문학도서 독서감상문 대회에 공모하여 대상을 수상작한 저의 독후감입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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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이문재 시인은 쉼표(,)를 남발합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한번 보세요.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빨간 표지의 책을 탈탈 털어봅시다. 지면을 빼곡히 메우고 있던 글자들이 쌔까맣게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수고스럽겠지만 글자들을 골라 한쪽으로 치워놓읍시다. 이제 마침표와 물음표와 느낌표를 골라내 볼까요. 그러고나니 바닥엔 쉼표들만 남았네요. 얼핏 눈짐작으로 한 번 계산해보세요. 이 쉼표들이 마침표의 몇 배에 달하는지.
이 작업이 무식해보여 싫다면 샘플을 채취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인간이 이야기를 버리지 않는 한, 문학은 남아 있으리라고, 늘 그랬듯이 위태롭게, 불화함으로써 살아남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장애물처럼 단어와 단어 사이에 수시로 출몰하는 이 쉼표들은 한번에 문장 끝까지 나아가려는 내 시선을 저지합니다. 쉼표는 속삭입니다.
"멈춰서서 숨을 한번 들이쉬어."
쉼표의 권유에 따라 숨을 들이킵니다. 숨이라면 방금전에도 한 사발 들이켰는데 말이죠. 이처럼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허파는 공기로 가득합니다.
시인은 왜 쉼표를 남발하는 걸까요. 쉬어가는 연습을 하라는 뜻인가요. 그래서 이렇게라도 느림의 미학을 생활화하라는 의미인가요. 그도 아니면 `그 책이 좋은 책이라면 그 책은 느림에 관한 책이다` 고 스스로 말한 바 있으니, 자신의 책이 좋은 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목적으로 문장 곳곳에 쉼표를 심어놓은 걸까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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