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 시대의 진정한 거장,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쉼보르스카 시의 정수를 담은 『끝과 시작』 개정판이다. 평생을 시 창작에만 바쳐온 시인이 자신의 외길 인생을 정리하듯 손수 작품을 고르고 다듬어 집대성한 자선 시집을 토대로,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출간한 [순간]과 [콜론]의 시들을 함께 엮은...
「두 번은 없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중 략>
혹자는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태어났다’라고 말하지 않고, ‘내쳐졌다’라고 주장한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건 그저 이 세상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연습이 없다.” 게임에서 승률과 점수를 더 받기 위한 예행연습도 없고, 시험에서 점수를 더 잘 받기 위해 행하는 복습과 예습도 있을 수 없다. 인간의 삶은 모든 것이 순간이고, 그 순간에 따라 좌우된다. 시인의 주장처럼 우리는 “세상이라는 이름의 학교에서” 죽음이라는 졸업장을 받고 나갈 것이다. 누구도 예외 없다. 심지어 삶이라는 시험에는 점수도 매겨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낙제생은 더더욱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이라는 학교가 기계적으로 하루하루가 반복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인은 오늘과 내일이 다르며, 하루를 분리하여 예찬한다. 어제의 내가 오늘과 다르고, 내일과 다를 것이다. “밤”과 “입맞춤”과 “눈빛”은 동일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반복된다고 생각하는 우리들뿐이다.
시인의 생각처럼, 그렇기에 우리는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시인이 또한 사라지는 것에 예찬하는 이유는, 우리가 정해진 시간에 따라 죽을 것이다. 하지만 사라진다는 건 아름다운 결말로 가는 여정이다. 여기서 시인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죽음이 아니다. 오히려 그 과정, 인간이 걸어가는 인생이다.
이 시는 삶에 대한 예찬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혼자가 아니다. “서로 다를지라도” 누군가와 만날 것이다. 그것이 친구, 연인, 가족, 부부라는 이름으로 달리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서로 동행하여 “미소를 짓고”, “어깨동무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