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만국기 소년』은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으로 2005년 어린이문학 문단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한 작가 유은실의 첫 단편동화집으로, 총 9편의 단편동화가 실려 있다. 여기에 속한 동화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부조리한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표제작「만국기 소년」은 한...
I. 들어가며
부모님과는 얘기를 많이 나누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그랬다. 어른의 세계와 아이의 세계가 구분되어 있어서가 아니다. 관심을 쏟는 영역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사실상 같은 관심사가 있을 때만 이야기한다. 처음에 누가 먼저 선을 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됐다. 부모님 집을 떠나 독일로 유학을 떠난 이후로는 서로의 안부만 물어보는 사이가 되었다.
< 중 략 >
III. 나가며
주인공은 진수네 작은 컨테이너 집에 관심을 갖는다. 그 집에는 주인공의 집과 달리 행복한 가정이 있다. 주인공은 그것을 부러워한다. 진수는 전 세계의 국가와 수도 이름을 전부 다 왼다. 그는 그 작은 상자 집에서 먼 나라 이름을 되뇌며 얼마나 멀리까지 여행했을까? 하지만 꿈과 현실의 격차를 확인할 때마다 얼마나 좌절했을까. 학교 교육이 그의 꿈을 이루게 도와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가난 앞에 좌절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수는 컨테이너박스에 살며 다양한 책이 없어 국기책만 읽다보니 걸어 다니는 만국기같이 나라와 수도를 잘 알게 되었고, 마지막에 선생님이 어느 나라에 제일 가고싶냐는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한 것은 어린나이에 자신의 처지를 알아 그런 것은 아닐까?
요즘 뉴스에서는 가난한 동네에 사는 아이들끼리, 잘 사는 동네에 사는 아이들끼리 따로 줄을 세워 놓았다는 일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부모님들도 가난한 집 아이들과는 놀지 못하게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아이들도 자신의 가정환경이 어떠한지 알고, 가난한 아이들은 자신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친구를 사귈 수 없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이다.
가난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며 더욱이 어린아이에게는 그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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