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 직후 무더운 여름날 ‘나’를 포함한 마흔한 명의 미결수가 모여 있는 감방은 비좁고 덥고 냄새 나는, 그야말로 숨조차 쉬기 어려운 최악의 조건이다. 그곳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독립과 민족 자결, 자유가 아니라 냉수 한 모금과 맑은 공기뿐이다. ‘나’가 종기를 핑계로 진찰감에 가서 시원한 공기와 넓은 자리를 맛보고 온 날 칠십대의 영감이 태형 구십 대를 언도받았으나 매를 맞다 죽을 것이 두려워 공소를 했다는 말에 감방 안의 모든 사람들은 그를 욕한다. 영감은 감방 사람들을 위해 공소를 취하하고 태형을 맞으러 가고 감방 안 사람들은 조금 넓어진 공간에 기뻐한다.
김동인의 ‘태형’ 책의 제목은 형벌의 종류이다. 책 제목은 독자들에게 다소 자극적이고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의 단어로 다가온다. 제목과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보니 식민지 현실 안에서의 우리 민족의 비참하고 암울한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예상을 하고 작품을 읽어 내려갔다.
태형 줄거리
‘나’와 죄수들은 작품의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강한 위압감과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몹시 더운 더위에 땀이 뻘뻘 흐르고 그 땀이 썩은 내에 살 썩은 내와 옴 약의 냄새가 합하여 간수조차 가까이 와서 들여다보지 않을 정도의 악취가 감옥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태형은 1922년부터 3회에 걸쳐 연재된 단편소설이다. 김동인은 친일로 전향하기 전, 3.1운동을 하다가 감옥살이를 한 경험이 있다. 대부분의 친일 문학인들이 그랬듯이 그도 처음부터 친일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뒤로는 독립운동은 하지 않고 재산을 탕진하며 놀다가 결국 가난에 빠지자 친일을 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우스운 인물이기는 하다. 이 소설은 본인이 감옥살이를 하며 했던 경험을 토대삼아 썼다. 어쩌면 그 지옥 같은 경험이 그를 완전히 독립운동에서 멀어지게 했나, 현실적인 궁금증도 들지만 아무래도 친일에 앞장 선 사실은 답이 나오질 않는다.
요즘 날씨가 무척 덥다. 더운데다가 습하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장마철의 날씨다. 밖에 나가서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어느새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다. 밖에 나가는 것을 체념하고 집에서 편하게 누워있노라면 등짝이 끈적거리기 시작한다. 답답함에 찬물로 시원하게 샤워를 한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꽤나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상쾌함은 얼마 가지 못한다. 다시금 덥고 습한 날씨에 지쳐가기 시작한다. 비교적 통풍이 잘 되고 넓은 공간에 있으면서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3·1운동은 어느덧 벌써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가까이 되었다. 이 운동이 갖는 역사적 상징성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운동에 참가한 사람들이 겪은 고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운동에 참가한 사람들이 겪은 고초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김동인의 <태형>이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