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가족이란 관계의 심연을 들추다!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쳐온 김숨의 네 번째 소설집 『국수』.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그 밤의 경숙》을 비롯한 9편의 작품을 모아 엮었다. ‘가족’이라는 관계에 집중해 가족의 의미를 진중하고도 새롭게 그려 보인다. 끊임없이 ‘가족’...
화자가 열네살일 때 아버지의 재처로 온 당신은 이제 일흔 두 살이 되고 많이 아프다. 화자는 첫 번 인공수정에 실패해서 다시 인공수정 하는 날이라 남편과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당신이 생각나 곧장 버스를 타고 온 것이다. 쌀죽을 끓여드리고 싶어 들기름 찾다가 밀가루를 발견하고 국수를 뽑으려고 반죽한다. 오늘 내로 서울로 가서 병원에 가야 하는데 화자는 당신이 좋아했던 국수를 만들어주려고 하루종일 반죽하고 숙성하고 끓여서 대접하느라 병원 약속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당신이 처음 아버지따라 집에 와서 밀가루를 치대고 국수 만들어 줄 때 화자는 국수를 손으로 일일이 뚝뚝 끊었다. -아기를 낳지 못해 이혼한 당신을 미워하며 운명이라 여기고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만들고 싶어하는 화자는 -기다리면 아기가 들어선다-고 말하는 당신의 말이 듣기 싫다. -기다리면!- 이라는 말도 돌아가신 엄마를 평생 기다리느라 당신을 어머니로 부르지 않았다.
첫 문장부터 작가의 필체나 성격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나는 서정적이고 세밀한 그녀의 표현력에 감탄했다. 첫 페이지로 보아서는 자기개발이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그런 시시콜콜한 내용으로 인식했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내 예상은 빗나가버렸다. 열네 살이었던 여자는 마흔둘이 돼버린 지금, 평생 날아가지 않을 그런 향수를 가지고 있다. 의붓어머니이자 서녀인 어머니는 맏딸인 자신을 포함한 사 남매에게 직접 밀가루를 반죽해서 뽑은 국수를 항상 대접하곤 했지만 여자는 단 한 번도 그릇을 비운 적이 없었다. 대게 사람들은 국수를 떠올리면 가느다란 면발위에 쑹쑹 썰어놓은 파, 넓적한 반달모양인 호박, 찰흙만한 쇠고기 몇 점, 모래알처럼 자잘한 들깨, 몇 장의 김 부스러기, 짭조름한 양념간장이 떠오르겠지만 양지 마루위에 올려져있는 양은그릇에는 아주 가는 면발에 간조차 치지 않은 투명한 국물, 딱 그 두 가지만이 양은그릇에 담겨져 있었다.
내용은 둘째 치고 국수에 대한 작가의 필력이 워낙 좋다보니 읽은 후에 국수가 먹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나는 국수를 먹으면 가게에서 파는 면을 이용한 국수를 거의 먹고, 면까지 모두 손으로 만든 국수를 먹은 적이 거의 없다 보니 이 작품의 분위기와 맞지 않게 국수라는 음식이 굉장히 고급적이고 비싼 음식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에서 국수라는 음식은 평범한 소시민 여성의 삶, 난임으로 고통 받고 핏줄이 섞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데면데면하게 살았던 여성들의 삶을 상징하고 있는 지극히 서민적인 음식인데 말이다. 아무튼 하다못해 국수라도 이렇듯 정성을 다해서 모두 손으로 만들면 맛이 없을 수가 없으리라. 특히 이 작품에 나오는 ‘당신’이라는 여성처럼 오랫동안 국수를 만든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말이다.
이 작품은 두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핏줄이 섞이지 않았고 오랫동안 어머니 역할을 해 왔던 ‘당신’과 ‘나’의 이야기.
![[A+ 독후감, 초깔끔] 국수를 읽고(김숨 지음, 부제 우리가 선택한 후회)](https://image4.happycampus.com/Production/thumb212/2021/11/21/data26435700-0001.jpg)
[A+ 독후감, 초깔끔] 국수를 읽고(김숨 지음, 부제 우리가 선택한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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