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두려움과 떨림』. 현실을 현실보다 더욱 치열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수직적이고 획일화된 사회의 중압감을 피아노 선율 같은 세밀하고 가벼운 터치로 승화시켰다. 작가만의 명징한 통찰력, 감정을 전혀 섞지 않는 차가운 문체가 글의 재미를 더욱 높인다. 일본 대기업에서 겪은 자전적...
대중을 일반화 시키는 것일까. 적어도 나는 직장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고, 직장을 가져보았던 누군가라면 공감할 수 있는 정말 사소하지만 그럼에도 그냥 간과하기에는 아쉬운 상황들이 선물꾸러미처럼 펼쳐지는 소설이 두려움과 떨림이다. 이제까지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해 왔는데 아멜리 노통브라는 작가의 소설을 처음 본다니 어쩐지 내가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녀의 대표작도 아직 읽지 못했지만, 두려움과 떨림을 읽으면서 그녀의 나머지 작품들도 어서 만나보고 싶은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멜리 노통브의 매력때문이겠지.
-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일본은 자살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내가, 놀라운 것은, 여기서 자살이 더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회사 밖에서, 숫자로 뇌가 세척된 경리들을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만큼이나 두개골에 구멍이 생긴 동료들과 의무적으로 맥주를 마시고 터질 듯한 지하철을 몇 시간이나 타는 것, 이미 잠든 아내, 벌써 무감각해진 아이들, 물 빠지는 세면대처럼 당신을 빨아들이는 잠, 아무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모르는 드문 휴가. 삶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