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가격에 속지 마라!경제생활에서 적용되고 있는 가격 조작에 대한 실체를 밝히는 『가격은 없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부딪히는 ‘가격’을 소재로 가치 판단의 중요한 특징을 명쾌하게 파헤친다. 가격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지만 복잡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상황만 달라지면 똑같은 가격이...
며칠 전 일이다. 룸메이트 동생이 모기를 잡다가 노트북 화면을 부셔버렸다. 그는 결국 노트북을 수리하는 데에 17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은 그 동생이 좋아하는 사극드라마가 하는 날이었다. 그는 드라마를 볼 때면 꼭 포카칩을 사먹었다. 하지만 그 날은 달랐다. 그는 이미 노트북 수리비로 17만원을 지출해서 들어오는 길에 2700원의 포카칩이 그날따라 비싸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게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포카칩 가격이 여느 때와 같이 동일했음에도 그는 다르게 느꼈다. 물론 책에서 대표적으로 소개되는 ‘앵커링’의 예는 A라는 가격과 B라는 가격이 있을 때 A가격이 B가격보다 비싸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A가격이 주어졌을 때 B가격을 더 싸게 느낀다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와 관계없이 이 책을 통해 접한 ‘가격은 없다’라는 이 캐치프레이즈 문구는 이 상황에서 아주 의미 있는 질문을 던져준다. 2700원이라는 가격은 동일하며 기존의 경제학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기 때문에 그들이 받아들이는 실제가격은 상황에 관계없이 그대로 2700원이어야 한다. 무엇이 이미 매겨진 가격에 차이를 느끼게 하는 걸까? 그리고 근본적으로 그 가격은 누가 어떻게 정한 것이며 실제로 적정한 것일까? 그렇다면 인간에게 이러한 심리적 영향을 끼치는 상황과 요소들 사이 속에서 이성적인 판단은 불가한 것인가? 이러한 의문으로 책의 내용에 대해 접근해보려고 한다.
우리는 어떠한 물건이 주어질 때 가격을 모르는 한 가지 물건이 주어진다면 다른 동종의 물건이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그 가격을 비교·유추해나갈 것이다. 모든 문제는 기본적으로 이렇게 시작되는 것 같다. 애초에 가격이란 없다. 책의 제목을 빌리려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해보면 가격이란 것은 임의로 주어진 것이다.
태초에 우리의 선조들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던 자연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얻었다. 그러다가 다양한 것들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때에 자기가 가지고 있지 않던 물건을 소유한 타인들을 발견하고 그들과 물물교환을 하게 되었다. 이때의 가격은 각 물건의 희귀성과 경쟁력 등으로 협상을 통해 다른 물건으로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