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고서적 수집가인 조당전은 인사동에 있는 단골 서점에서 ≪영월행 일기≫를 입수한다. 그런데 어느 날 김시향이 찾아와 남편 몰래 판 거라며 책을 돌려달라고 간청한다. 이 책은 500년 전 신숙주를 모시던 하인이 한글로 쓴 일기로, 영월에 유폐된 노산군(단종)의 표정을 살피고 오라는 세조의 명령을 받고...
조당전은 인사동 단골 서점에서 김시향으로부터‘영월행 일기'를 구입하고 고서적 연구 동우회 회원들과 영월행 일기의 진위 여부를 살핀다. 김시향은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조당전에게 영월행 일기를 다시 돌려줄 것을 요구하지만, 조당전은 영월행 일기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책의 내용에 대한 역할놀이를 할 것을 제안한다. 당나귀 모형을 타고 조당전과 김시향은 자연스럽게 과거의 시점으로 들어가는데, 조당전은 신숙주의 하인으로 김시향은 한명회의 여종으로 영월에 있는 무표정한 소년 형상과 대면한다. 이들의 첫 번째 영월행에서는 노산군이 무표정한 얼굴을, 두 번째 영월행에서는 노산군이 슬픈 표정을 짓는데,이에 대해 한명회는 노산군의 슬픈 표정을 반역죄로 다스리라 하고 신숙주는 제왕의 위엄을 지키며 슬픈 표정을 위로하라고 한다.
이강백의 일련의 작품을 읽으면 ‘이강백스럽다’는 생각이 종종 들곤했는데 이번 작 품 역시 이강백다운 작품이었다. 먼저 작품 이야기에 앞서 이강백의 이야기를 조금 하고 가 자면 이강백의 희곡 창작은 한국 연극사에서 반사실주의 희곡이 본격적으로 공연되기 시작 하는 1970년 초기에 이루어졌다. 이강백은 지금까지 크게 정치,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과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두 가지 양상의 희곡을 꾸준히 발표하였다. 이강백이 그의 관심을 작품 속에 구현할 때 중요하게 지적되고 있는 점은 보이는 것과 보이 지 않는 것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이 부분이 「영월행 일기」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나타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