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는 D신문에 장편소설을 연재하고 그 대가로 원고료 200원을 받는다. 그 돈은 나에게 일생동안 처음 만져보는 많은 돈이다 그리하여 온갖 공상을 다하게 된다. 특히 지난날의 어려운 시절이 파노라마 같이 떠오른다. 이백 원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별의 별 생각을 다한다. 털외투, 목도리 등등. 그래서 나는 이...
1935년 신가정에 발표된 강경애의 단편소설 ‘원고로 이백 원’은 독특한 제목에 끌려 읽게 됐다. 한국 문학에 밝지 않은 나로선 강경애 작가를 이 작품으로 처음 들어보았다. 일제강점기 여성 문학인으로서 가난하고 헐벗은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썼다는 것에선 현진건과 비슷한 성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제강점기 대표 여류 작가라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작품을 접하지 못했던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는 주로 만주에서 작품 활동을 했는데 조선에서의 삶보다 조금 나을까 싶어서 만주행을 택했던 수많은 농민들이 떠오른다. 원고로 이백 원은 늘 가난한 삶을 살았던 주인공이 처음 장편소설을 연재하고 받은 이백 원을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가 남편과 갈등하고, 그러다 또 자신의 허영을 깨닫고 반성한다는 내용이다. 사실주의 소설로서 작가 본인의 경험담을 담은 것이다.
‘원고료 이백 원’은 1935년 2월에 ‘신가정’에 발표된 강경애의 소설이다. 이름이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K와 나, 그리고 나의 남편 셋인데, 주로 나의 과거와 나의 남편과의 일화를 설명하며 K에게 위로를 하고자 하는 서간체 형식으로 작성된 소설이다.
서간체는 독자가 접했을 때 읽기 쉽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는 서술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여성 작가가 여성 화자의 입을 빌어 한 이야기이다 보니 더 많이 다가오기도 했다. 그 시절의 인간상과, 그 시절의 여성상, 그리고 그 시대상들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많이 배웠지만 사실은 많이 느끼기에는 힘들긴 했던 것 같다. 일단은 나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나 원고료 이백 원을 읽으며 내가 그 시대에 들어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모든 걸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나’가 된 느낌은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직접 겪은 것은 아니더라도 ‘나’가 동생인 K에게 내가 겪었던......<중 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