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한국의 근대문명이 일제가 이 땅을 지배한 기간에 제도화되었다고 발언하여 많은 비평을 받고 식민지근대화론자라며 손가락질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한 저자가 세종대왕이 성군이 아닐 수 있다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책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기억 한편에 남아있었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갑자기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대단한 지식인이고 주장하는 내용에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기 마련일 텐데 이를 내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부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나는 저자의 사상 혹은 의견에 동참할 생각으로 이 책을 읽은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타당한 이유와 역사적 근거가 있다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사항이라고 생각했다.
세종대왕은 그저 역사적으로 한글을 창제했고 백성을 위한 성군이라는 것과 또한 효심이 지극했으며 신하들을 존중한 임금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이 대왕이라고 칭할 정도이며 동상까지 세워서 기리고 있다.
이러한 위인을 비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 나라 역사는 한편의 드라마가 아닌가 생각한다. 경제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책적 국가제도를 기본으로 역사를 분석하고 각 왕들에 대한 치적을 정리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특히 조선왕조의 역사는 왕과 신하들 간의 치밀한 갈등의 연속으로만 보인다. 그 가운데 드러난 법제와 제도 등에 대한 관심은 적은 듯 하다.
그에 비하면 이영훈 교수의 세종의 과연 성군인가라는 책은 우리의 그러한 드라마적 역사관에 제동을 걸고 있다. 우리가 존경하는 세종에 대한 의문, 과연 그는 성군인가라는 의문을 조선 역사에서 노비제, 기생제, 그리고 사대주의적 국가체제의 관점에서 분석해 내고 있다.
1. 한국사 제1의 위인
세종 오늘날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전국에 세종이라는 명칭이 무수하다. 세종을 위인으로 받드는 추세는 지난 60년간 점점 강해져 왔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세종은 성군인가. 세종에 의해 조선의 노비제, 기생제는 만들어지고 세종에 의해 사대주의 국가체제가 정비되어 왔다.
2. 세종과 노비제
17세기 중엽 조선왕조의 인구는 대략 1,200만을 헤아렸다. 그 중의 30~40%, 360~480만의 인구가 노비 신분이었다.
15~16세기 서울에 거주한 양반관료는 아무리 미관말직이라도 100명의 노비는 소유하였다. 관직이 높아지면 그 수가 더 많아져 수백명 즈음은 보통이었다. 품계가 높은 판서나 정승 급의 고관대작이면 1천 명을 넘기기 어렵지 않았다. 왕족으로 올라가면 아마도 수천명이었을 것이다. 알려진 최대 규모는 세종의 제5왕자인 광평대군, 제 8왕자인 영응대군이다. 이 두 왕자의 노비는 각각 1만을 넘었다고 한다.
입역노비는 주인가의 행랑이나 문전의 움집에 살면서 주인가의 농사와 각종 가사노동을 한다. 주인은 한달에 한달에 한번씩 식량을 지급했으며, 봄가을로 옷을 한벌씩 지급했다. 주인에 의해 사역되고 급양된다는 점에서 이들 입역노비는 세계사적 노예의 범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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