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지 120년이 되는 해이다. 동학농민운동은 농민이 중심이 돼 부패한 정부에 맞서 봉건적 사회 질서를 바꿔보려 했던 개혁 운동이다. 비록 약 1년간의 짧은 기간 동안 지속되었지만 민중이 중심이 된 운동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소설 「망국」은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와 동학 농민 운동을 주도하였던 전봉준을 다룬 기존 동학 관련 문학들과는 다르게 이제까지 존재가 미미했던 해월 최시형이라는 인물을 재조명한다. 최시형은 동학 농민 운동을 일으킬 수 있는 동학의 조직적 기반을 다진, 동학의 2대 교주로서 현재에는 주목받지 못한 영웅이다. 이러한 최시형을 다루었다는 점과 동학 농민 운동 자체가 아닌 동학 초기 비사를 다루었다는 점은 「망국」을 비평하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망국」은 1871년 동학교도들의 영해민란을 모티프로 삼아 최시형을 재평가하는 소설로서, 해월 최시형과 영해 접주 박사헌 등 실존 인물들과 함께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조민구 등의 가상의 인물들을 등장인물로 한다. 1864년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가 조선 정부에 의해 죽은 이후 최시형은 동학의 교주가 된다. 그러나 동학의 구심점이었던 최제우가 갑작스럽게 죽음으로써 동학의 교세는 매우 불안정하였다. 최시형은 이러한 상황을 동학의 근본 교리로써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또한 박사헌, 이길주 등과 함께 스승 최제우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영해성을 공격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최시형은 거사 실패 후 도주해야만 했고, 태백산 깊은 곳에 들어가 동학의 미래를 다시 설계한다. 그리고 소설은 2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던 때로 이동한다. 그리고 일본이 조선에서의 영향력을 넓히려고 할 때에 최시형은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고자 전국의 도인들에게 총진격 명령을 내린다.
이렇듯 「망국」은 시련과 고비 등을 겪으며, 동학을 일으키고 동학 농민 운동의 이면에 존재하는 지도자로서 성장한 최시형과 소설의 제목인 망국처럼 소설 안의 조선이 망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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