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누보 로망의 대표작가 로브그리예의 문학적 실험이 돋보이는 작품. 전통적 사실주의 문학에 도전장을 던지며, 소설의 관습적인 기법을 뒤엎은 새로운 문학세계와 만날 수 있다. 사건, 인물, 배경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이, 아내를 관찰하는 한 남자의 고통스러운 시선만을 집요하게 뒤쫓는 소설, 이 작품은 한...
어느덧 이번 학기가 마무리 되어 가고 있는 이 시점, 수강하고 있는 여러 과목들 중에서도 특히 전반적인 프랑스 소설 세계에 대한 아카데믹한 지식을 얻게 되었던 현대프랑스소설 수업을 돌아보았다. 현대프랑스소설을 통해 프랑스 소설 그 중에서도 누보 로망(Nouveau roman)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나마 쌓을 수 있었고 소설을 그저 읽기만 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생애나 당시 시대상을 알아보는 것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설을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나 학기 중에는 이런 저런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멀리 해왔던 책을 세 권씩이나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였다. 세 권의 책들 중 유독 나의 마음을 끌었던 책은, 다름 아닌 알랭 로브그리예의 「질투」였다.
주제: 질투는 경쟁자에게 공격성이 옮겨진다.
책장을 넘기는데 도무지 낯설다. 처음에는 누가 누구를 질투하는지 몰랐다.
화자가 여주인공 A를 따라 다니는데 긍정적인 것도 아니고 부정적인 것도 아니면서 그대로 동선을 따라가며 묘사를 했다.
아, 남편이 아내를 미워하는구나. 아내의 애인 프랑크를 질투하는구나.
라고 느끼면서 보니 글의 문체가 다가왔다. 그런데 조금 읽기가 지루해서 눈으로 건너 뛰기도 했다.
남편과 아내. 의심을 하는 남편과 의심을 받는 아내의 괴리감은 없었다.
남편은 그저 아내와 프랑크를 담담히 그리고 있고 자신은 조금 초조한 듯하지만 조용히 인정하면서 외곽에서 머물러있었다.
『질투』는 치밀하다. 어느 하나를 설명하는 것에 있어서 집요할 정도로 그것을 파고들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소재로써 묘사된다. 이 책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아내는 이웃인 프랑크와 부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질투』는 그 어느 작품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나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는 그 상황에 냉정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 심리를 묘사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질투를 느끼며, 감정적으로 혼란에 빠지기 십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질투』에서는 그런 아내와 불륜 상대에 대해 질투어린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서술자는 마치 그 집안에 붙어있는 CCTV 카메라처럼 철저히 개인의 인격이나 감정 따위를 배제한 채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화자의 심리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