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 여자의 침묵과 그 남자의 빛!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 열일곱 살 겨울, 여자는 어떤 원인이나 전조 없이 말을 잃는다. 말을 잃고 살던 그녀의 입을 다시 움직이게...
1. (인물)가장 감정 이입되는 인물과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각각 누구이며, 그 이유 는 무엇인가요?
(답변)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로서 그릇과 역량이 안 된 사람이라고 본다. 아버지는 냉정한 사람이고, 빠른 속력으로 조직의 사다리를 밟아 올라 젊은 나이에 간부가 된 남자이다. 그런 성향의 사람이니까, 본인과 그의 아들 모두 실명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몇 개월씩이나 가정을 떠나버린 행동과 아들을 무시하고 부정한 짓은 용납할 수 없다. 그런 성정을 타고난 남자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해 보지만,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자격이 없다고 본다.
감정 이입된 인물은 아무래도 여자 주인공이다. 꼭 한강 작가를 닮은 것 같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에 감동하여 ‘희랍어 시간’도 구매했다. 그런데, 처음 몇 번 읽었을 때는 지루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했다. 같은 작가가 쓴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채식주의자’와는 결이 달랐다. 지난 10년간 10번 완독했지만, 오독과 오해가 많은 책이다. 다른 사람의 서평을 읽어보아도 해석이 각자 다르다. 남자 주인공이 독일에서 잠시 사귄 사람이 유부녀라는 오해, 또 젊은 남자라는 해석 등 참 다양했다. 남자 주인공의 친구인 요아힘이란 인물에 대해 여자라는 오해도 있었다. 아마 작가가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 시점을 바꾸며 글을 전개한 탓에 오해가 쌓인 게 아닐까? 10번 정도 읽었기에 내 생각이 맞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한강 작가를 소환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오독과 오해를 바로잡아주었으면 한다.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라고 자신의 묘비명을 써달라고 보르헤스는 유언했다. 일본계 혼혈인 비서였던 아름답고 젊은 마리아 고타마에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상을 타면서 한강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알게 됐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유럽에 갔을 때 채식주의자의 영문판을 발견하고 반가워서 샀지만, 아직 영문판은 물론이고 한글판도 읽지를 못했다. 대신 내가 먼저 읽은 책은 희랍어 시간이다. 내 주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듯이 나는 외국어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열병에 빠진 것처럼 외국어와 사랑에 빠졌다. 그 후로 제목에 외국어가 들어가면 한 번 더 보게 되고 결국 사거나 빌리게 된다. 이 책도 희랍어 시간이라는 제목이기 때문에 읽었다. 스페인어는 그나마 약간은 비슷한 서반어라 불리는데, 그리스어는 왜 희랍어라고 불리게 되었을까? Greek이라는 영어와 희랍어는 전혀 비슷하지도 않은데도 말이다. 원어와 비슷하기라도 한 걸까?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도 이전에는 희랍인 조르바라는 제목으로 번역됐었다고 친구가 말해줬던 게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