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인들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을 잘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그럴까? 그건 꼭 그렇진 않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 수준은 낮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건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한국의 역사와 경험에서...
책은 공기 같은 우리 주변의 물품에 대한 미시사(마이크로 히스토리)를 훑었다. 근대의 기록인 책과 신문에 사료를 기대었으며 조각 조각난 천을 덧대어 '빅 픽처(big picture)'를 만들어 내었다. 예를 들면 ‘두발’ 테마의 이런 이야기들이다.
가발이 수출상품 1호였는데 1964년도 일이다. 고물상과 엿장수가 여자 머리를 수집했다. 구한말 최익현 등의 머리를 잘릴 지언정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고 했던 한반도의 역사에서 가발은 참으로 비극이었다(개발독재 시대의 단발령은 이후 장발단속으로 이어진다).
머리카락 수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 ‘독일’ 정부 차관 상환 때문이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감동적으로 그려진 바 있다.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은 독일로부터 차관을 빌렸는데 그 담보가 광부와 간호사들의 3년치 월급이었다.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일으킨 일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이 독일 차관이었다. 역시나 역사라 함은 역사가의 의견이다. 그가 들어올린 사료가 역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