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하는 빛!조해진의 세 번째 소설집 『빛의 호위』.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문단의 믿음직한 작가로 자리매김한 저자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발표한 작품을 묶은 소설집이다. 2016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산책자의 행복》을 비롯하여 절망과 고독을...
알마 마이어’ , ‘권은’ 이 두사람은 시대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아무런 연관이 없다. 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홀로코스트로 인해서 힘든 시간을 보낸 ‘알마 마이어’ , 아버지의 오랜 무관심으로 고아와 같은 생활을 했던 권은 이 둘에게 ‘장 베른’과 ‘나’는 살아갈 힘을 주었다. 내가 아버지 몰래 훔쳐 건넸던 카메라와 식료품점에 숨어 있는 ‘알마 마이어’에게 ‘장 베른’이 건넸던 악보 한 장이 그녀들에겐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 희망이었다. 카메라와 악보는 세상과 단절된 그녀들이 다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가 아니었을까?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특히 절망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절망 속의 구원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닌 것 같다. ‘필름 카메라’ 그리고 ‘악보’는 그렇게 큰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내일을 꿈꿀 수 있는 빛, 책의 제목 그대로 그녀들을 호위해주는 빛이 되었다.
이 책은 분쟁 지역에서 보도사진을 찍는 젊은 사진작가 권은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나’는 초등학생 때 담임 선생님의 부탁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권은을 찾아나섰다. 권은은 어둡고 낡은 방안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사진기를 중고로 팔아 잠깐의 생계를 이어나갔으면 하는 연민으로 ‘나’는 권은에게 사진기를 건네준다. 그러나 권은은 이 사진기를 파는 대신 사진기를 통해 빛의 황홀을 경험하며 가난과 고통을 견뎌낸다. 권은은 카메라를 건네 준 반장이었던 ‘나’ 덕분에 어둠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음을 회상하며 사람을 살리는 일이야 말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위대한 일이라고 말한다.
권은의 이러한 고백은 그녀가 사진 작업을 하며 공감했던 유대인 여성 알마 마이어의 스토리와 맥을 같이한다.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던 알마 아이어는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야 할 처지에 처했는데 동료이자 호르니스트 장 베른이 은신처를 마련해 준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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