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길가메쉬 서사시>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들과 극적인 영웅에 관한 일화들은 다른 여러 신화들의 모태로 이어진다. 사나이들의 우정, 사랑의 희비, 미지로의 모험, 괴물과의 싸움, 죽음보다 깊은 잠과 꿈, 영생을 향한 끝없는 욕망,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비애 등이 담긴 길가메쉬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서론 : 신화의 현대적 의의와 <길가메쉬 서사시>
-신화에 내재된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과 보편성
신화와 역사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근대의 합리주의적이고 이성 중심적인 사고에 익숙해진 우리는 신화를 역사에 배치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더군다나 정보가 넘쳐나고 기록을 보존하고 남기는 일이 훨씬 용이해진 현대에 이르러서 신화는 종종 실체가 없거나 진실을 호도하는 요인으로 격하되기 일쑤다. 칼럼이나 에세이 등에서 '신화'라는 용어는 거짓된 것, 특정 현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신화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기술 문명이 발달하더라도 신화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단지 고대의 신화와는 다른 형태로 우리 삶과 마음, 사고방식에 스며들었을 뿐이다. 우리 사회 각계각층을 돌아보라. 수많은 위인들과 선각자들, 예술가들, 배우들, 뮤지션들의 삶과 행적이 일종의 신화의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어있지 않은가. 현대 대중매체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신화를 재생산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많은 문화비평가들과 정신분석학자들이 그리스 신화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빌어 자신들의 비평 및 이론을 전개해왔다. 이렇게 본다면 신화는 시대와 문화, 지역을 막론하여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소설이라기보다는 신화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길가메쉬’라는 모티프가 많이 돌아다녀서 흥미가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평범한 느낌이어서 당황했었다. 그러나 이 서사시가 엄청나게 이른 시기에 전해져 내려왔다는 걸 생각하면 대단한 작품인 것 같다. 평범한 느낌이라함은 이름에 유명세에 비해 다른 신화와 겹치는 부분이나 클리셰가 많았다는 것인데, 애초부터 다른 모든 신화의 모티프가 ‘길가메쉬 서사시’라고 생각하면 더 대단한 작품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신화적 모티프를 말해보자면, 괴물 엔키두의 존재와 불로초를 먹은 뱀이라는 소재였는데, 우선 괴물 엔키두는 마치 요즘 소위 말하는 ‘소울메이트’, 영혼의 단짝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외에도 떠오르는 것은 야누스, 혹은 쌍둥이자리 신화 등이다. 처녀들을 한 명씩 희롱하는 길가메쉬를 막기 위해 탄생한 엔키두는 말 그대로 ‘길가메쉬’만을 위한 존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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