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역사를 공부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배우는 것은 ‘역사적 기록은 가치중립적이지 못하다’, ‘역사에는 기록자의 주관적 관점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경제사 또한 역사의 일부로서 이와 같은 명제가 적용된다. 경제에 대한 기록 역시 성직자, 상인 등 누가 기록했는가에 따라 그의 가치관이 투영되어 있고, 제한적인 관점과 정보만을 전달할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함이 ‘상업 기록 속의 중세 이탈리아 상인과 상업세계’ 본 논문에서 유념하는 바이다.
그렇다면 조금이나마 더욱 경제적 사회 현실에 가깝지 않았을까라고 짐작할 수 있는 상인의 상업기록을 보도록 하자. 13세기와 달리 14세기부터는 성직자 외에 상인들이 작성한 기록들이 증가하게 되었다. 이는 중세 말 이탈리아 상인의 상업 활동이 그 이전 시기에 비해 안정되고 전문화 되었으며, 이와 같은 변화에 따라 더욱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기록 보존 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