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당신의 생명, 가격은 얼마입니까?『모든 것의 가격』은 우리가 지불하는 가격의 이면에 숨어 있는 진실을 밝히고, 가격이 실제로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는 인간에게 익숙한 가격이 개인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경제학의 단편이 아니라 인류 전반에 걸친...
가격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될 경우, 이는 단지 우리가 스스로 내린 결정을 좀 더 잘 평가하는 데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여러 가지 가격들이 역사적으로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사점을 던져 준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쇼핑의 관점에서 가격을 생각한다. 가격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예산에 맞게 소비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가격은 우리가 살 재화를 생산하는 기업에도 영향을 주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시장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가 구현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가격은 단순히 우리가 상점에서 구매하는 물건에만 붙어있는 게 아니다. 가격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우리는 가격의 신호에 따라 이쪽 아니면 저쪽 길을 선택하게 된다. 우리가 각각의 대안이 갖고 있는 가격을 이해하게 될 경우, 우리는 자신이 내린 결정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가격은 실물 뿐 아니라 사랑이나 노력, 시간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에도 적용될 수 있다.
사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비용은 바로 기회이다. 즉,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거나 특정 노선을 고수할 때의 비용은 바로 그 시기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었던 다른 대안들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결혼의 가격을 매긴다면 우리가 독신으로 남았을 때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그래서 결혼 후 몇 년이 흐른 뒤, 그때 예식장에서 그렇게 자유를 팔아 버리지 않았다면 현재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를 간혹 궁금해 하기도 한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가리켜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기회비용을 평가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다.
기원전 3세기의 위대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지렛대와 받침, 발을 디딜 굳건한 장소만 있으면 지구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데는 가격이 필요하다. 2020년대 대한민국의 혼인율과 출생률은 세계에서 압도적인 꼴등이다.
따님의 가격은 얼마입니까? - 모든 것의 가격
당신이 테러 전담 경찰관이라고 가정해 보자. 지금 당신 앞에는 테러범으로 추정되는 자가 앉아 있다. 이 사람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역에 폭탄을 설치해 놓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만약 그가 정말 폭탄을 설치해 놓았다면, 폭탄이 터지기 전에 그것을 찾아내 해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용의자를 고문해 자백을 받아내는 방법뿐이다. 그런데 이 용의자는 매우 병약한 체질이어서 고문당할 경우 그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백 후 죽게 될 것이다. 이때 당신이 취할 행동과 그 선택의 이유는 무엇인가?
어쩌면 당신은 이 질문이 아주 쉽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보통 테러범은 극악무도한 범죄자이며, 그러한 범죄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은 보통 부당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만 바꿔 보자. 이번의 테러범은 굉장히 강인한 사람이다. 이 테러범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강인하여, 이 사람을 고문한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
가격이라는 것. 결국은 돈을 말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는 없다고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이다. 그만큼 물질만능주의가 심화되었고 세상사람 모두가 ‘돈’을 외쳐댄다. 사람들은 어떠한 것을 볼 때 그 것의 ‘가치’를 따지기보다는 그 것의 ‘가격’을 매기기 좋아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을 나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일이고, 물론 나라고 다르지는 않다. 그래서 ‘모든 것의 가격’이라는 책 제목이 유달리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다. 모든 것의 가격이라는 제목만큼 어디까지 가격을 매길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도 들었다. 군대에서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사실 학교를 복학하고 나서 다시 읽는 지금과는 생각이 많이 달랐었다. 그저 남은 시간을 채우는 읽을거리로 생각하며 깊이를 두지 않고 읽어 내려가서 그다지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시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조금 느낌이 새로웠고 저자는 어떠한 메시지를 남기려고 이런 책을 썼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치관에 따라 반론의 여지는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간이 경제적 동물(Homo economicus)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가슴 벅찬 사랑 이야기를 듣거나 끔찍한 자연재해의 현장을 마주하는 순간에도 감성적인 반응 이면에 합리성과 효율에 기반한 수지타산을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 같은 인간의 ‘경제적’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가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쇼핑을 할 때의 가격을 생각한다. 시장이나 백화점에 가보면 모든 제품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고, 우리는 과연 그 가격에 제품을 사는 것이 자신에게 합당한지를 고민하여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중 략>
물론 가격이라는 메커니즘만으로 우리 사회를 전부 설명하려는 것은 오만에 가깝다. 우리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도 헌혈에 동참하고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인간 행동의 일정 부분은 가격이 아닌 요인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 행동을 전부 가격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그리고 가격이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여전히 합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근 200여 년 동안 전 세계를 이끌었던 시장경제체제는 21세기에 들어 그 병폐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자연스러운 경쟁에 의해 형성되는 시장 가격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당화되었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문제점은 더 이상 시장경제 체제 스스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가격은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게 하는 일종의 신호와 같다. 하지만 가격의 왜곡으로 인한 손실 역시 막대하다는 것이 지난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드러났다. 이제는 가격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한계를 명확히 인식함으로써 새로운 자본주의 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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