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는 저자가 여수에서 바다를 마주한 채 쓰고 그린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공간 ‘슈필라움’에 대해 언급한다. 독일어에만 있는 단어인 슈필라움(SPIELRAUM)은 ‘놀이(SPIEL)’와 ‘공간(RAUM)’의 합성어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심리학과 교수로서의 보장된 삶을 버리고, 2012년 50의 나이에 그림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5년의 유학생활을 마친 후에는 서울이 아니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여수에 멋진 작업실(美力創考)을 만들어, 거기서 그림을 마음껏 그리며 심리학자, 화가, 어부(?)로서의 삶을 두루 누리면서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삶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2015)‘, ’에디톨로지(2015)‘, ‘남자의 물건(2012)’등의 책을 써냈다. 이 책은 전작들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실제로 전작들에서 다루었던 주제들(고독, 창조, 자존감 등)이 책 곳곳에 언급되어 있다.
다만 이전 책들과 차이라면, 그 주제들을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공간을 의미하는 ‘슈필라움’이라는 낯선 용어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이다. 독일어에만 있다는 단어인 슈필라움(Spielraum)은 ‘놀이(Spiel)’와 ‘공간(Raum)’의 합성어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주체적 공간’을 의미한다.
교수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그림 유학을 떠났던 김정운이 한국에 돌아와서 여수에 그림 작업실을 만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펴낸 책이다. 거기에 아름다운 여수 사진까지 곁들여져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가 컸다.
‘슈필라움의 심리학’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에는 작가 본인이 여수에 새롭게 본인만의 공간을 만들면서 경험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과 여러 가지 심리학적 해석이 녹아 있다. 그가 독일에서 10년 넘게 심리학을 공부했던 사람인 것을 감안하면, 이 책에는 작가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그가 공부했던 학문, 좋아했던 책과 그림, 습관적인 유머, 그리고 인생 경험.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풍요로웠던 것 같다.
독일어 ‘슈필라움’은 놀이(슈필)와 공간(라움)의 합성어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여유 공간’ 또는 ‘주체적 공간’을 의미한다. 작가는 대한민국의 사회심리학적 문제는 대부분 이 ‘슈필라움’의 부재와 아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심리적 여유 공간’은 물론 성찰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여유 공간’도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거다.